2002년 같은 제목의 민중가요를 댄스곡으로 편곡한 ‘사계’로 화려하게 데뷔한 3인조 그룹 거북이가 1년 만에 3집 음반을 내놓았다. 타이틀 곡 ‘얼마나’를 포함해 경쾌한 멜로디로 무장한 이번 음반은 변함 없는 ‘거북이표’ 음악을 들려준다.“2집을 업그레이드한 음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큰 변화를 꾀하기에는 아직 실력이 모자란다고 생각해요. 4집부터는 좀 실험적인 음악을 시도할거예요.”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 등 1인 다역을 해낸 ‘터틀맨’ 임성훈은 “랩은 최대한 자제하고 귀에 와 닿는 멜로디로 사람들에게 좀 더편안하게 다가가려 노력했다”고 말한다.
거북이는 대학축제 섭외 1순위 가수. 이벤트 회사들 전화번호 리스트 첫머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한 달에 최고 27번 대학행사에 불려간 적이 있어요.
제주도를 포함해 안 가본 지방이 없습니다.” 인기의 비결은 동네친구처럼 부담 없는 외모와 단순하지만 신나는 노래들 덕분이라고 한다. “음악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면 10번 중 7번 정도 오프닝은 저희 몫이에요.” 흥겨움을 돋우는 ‘분위기 메이커’로서 이들 만한 그룹도 흔치 않은 듯하다.
이번 음반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빙고’. 공연활동을 하면서 느낀2집 곡들의 부족함을 보완하고, 거북이의 자존심을 담았다는 ‘빙고’는 부정적 메시지 대신 낙천적인 삶을 노래한다. ‘터질 것만 같은 행복한 기분으로/ 틀에 박힌 관념 다 버리고…/맨주먹 정신 다시 또 시작하면…’처럼 멤버들의 이름을 3행시 형식으로 풀어낸 가사도 인상적인 곡.
음반작업은 외부의 도움 없이 세 멤버가 모두 해결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겪지 않았단다. 무명시절 용산 지하주차장 작업실에서 끼니를 거르며 다진 탄탄한 팀워크가 힘을 발휘한 것. “가족처럼 같이 밥을 해먹으며 다른 가수들은 못 누리는 환경 속에서 작업 해 행복했다”고 말한다.
“처음 노래를 시작할 때는 정통 힙합을 들려주려 했는데 대중을 무시할 수는 없었어요. 1집부터 원치 않게 댄스 가수로 이미지가 굳어진 것도 얄궂지만, 운명이라 생각합니다. 당분간은 현실에 묻어가며 저희 음악을 할수 있는 미래를 준비 해나가려 해요.”
/라제기기자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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