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하루 12원 이상 떨어지는 급락세를 보이며 7년 만에 1,100원선 밑으로 내려왔다. 엔ㆍ달러 환율 역시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달러화 약세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환율 하락(원화가치 절상)은 고유가 등으로 높아지는 인플레 압력을 완화함으로써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주고 있다.환율변동과 관련된 기본적인 이론으로 환율이 두 국가의 가격수준 차이를 반영해 조정된다는 구매력 평가설이 있다. 구매력 평가설은 상품시장이 완전경쟁시장이라는 가정과 ‘일물 일가 원칙’을 전제로 한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분기마다 미국 맥도널드사 ‘빅맥’ 햄버거의 각국 가격을 비교함으로써 적정 환율을 제시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환율 결정이 이런 속성을 가졌다면, 최근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은 미국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경상적자와 재정적자 탓에 궁극적으로 약 달러 정책을 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렇지만 현 시점에서 환율 하락이 국내경제 및 주식시장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불분명하다.
일반적으로 원화 강세가 심화하면 국내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를 뒷받침 하듯, 최근 한국 무역협회 조사에서는 수출기업들의 손익분기점 평균환율이 1,127원으로, 전체 조사대상기업의 90% 이상이 이미 출혈수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 상황은 수출 증가 못지않게 내수 회복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따라서 원화 강세를 통해 수입품의 원화표시 가격을 낮추고 자본재의 수입수요를 늘릴 경우 내수 부양을 이끌어 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외화 차입금이나 원재료의 수입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환율 하락으로 매출원가가 낮아져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부수적인 효과도 볼 수 있다. 즉 원화 강세가 부정적인 요인만 지닌 것은 아니다.
실제 2002년 초반까지 원화 가치와 국내 종합주가지수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으나, 2002년 후반부터는 원화 가치와 지수가 동행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환율 하락이 주가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만 생각해 무조건 주식투자를 회피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그보다는 환율 하락이 기업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철저히 분석해 투자에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KTB자산운용 대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