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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된다는 묵살 수백 번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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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된다는 묵살 수백 번 들었죠"

입력
2004.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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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만 있으면 성공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우리 제품을 보고 ‘나도 그 생각 했는데…’라고 할 때마다 최고의 찬사라고 느낍니다. 실행력에 성패가 달려 있지요. 안된다고 쉬 포기하면 어떤 일도 이룰 수 없습니다. 오히려 아이디어가 묵살당할 때를 즐기는 편이지요.”유리병 속에서 절로 자라는 식물을 발명해 미국 시장을 개척한 김태현(34) ㈜인비트로플랜트(시험관식물ㆍwww.fingerose.com) 대표는 위기에 처한 벤처인들에게 작은 희망이다. 그는 최근 미국 원예유통회사 이마이가든과 3년간 340만 달러(40여억 원)어치의 ‘초소형 관상 식물’ 수출 및 기술 이전 계약을 성사시켰다. 한국 화훼 상품 단일 수출계약으로는 최고 규모로 평가된다.

초소형 관상 식물(1만~1만8,000원)은 높이 15㎝, 너비 5㎝ 크기의 유리병속에서 자라는 장미와 난 등으로 특히 손가락 장미(영어명 핑거 로즈)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제품이다. “이 제품은 시험관 내 영양젤에 생장에필요한 모든 성분을 담아 공기와 물 없이 수 개월 동안 자랄 수 있도록 한게 특징입니다. 콘트리트 바닥에서 노는 아이들이나 직장생활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국내 특허는 10여 종을 땄고 미국특허도 출원 중이다.

그의 목표는 쉽게 키우고 즐길 수 있는 팬시 원예식물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구상은 10여 년 전 창업 3총사의 대학 시절에 싹텄다. 성균관대 유전공학과 2학년 당시 김 대표는 정종효 부사장, 김병환 팀장과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 짜내기에 몰두했다. 김 대표의 부모가 부산에서 농작물을 재배ㆍ판매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이미 농업벤처의 기초는 쌓은 셈이었다. 특히 대산농촌문화재단 장학생으로 농업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이 때 전국을 돌면서 농업 지도자들을 만나 선진 농업 정보를 얻고 사업화의 꿈도 꾸게 됐다.

2001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에서 환경원예석사를 따고 귀국한 뒤 다른 직장에 다니던 두 친구와 다시 의기투합해 회사를 차렸다. 하지만 어디 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 감감했다. 사업계획서를 들고 성대 창업보육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셋이 갹출한 5,000만 원과 산업자원부 신기술사업화자금 1억 원을 지원받아 3년 만에 이들 제품을 개발했다.

“매월 15만 원만 내면 되는 성대 수원캠퍼스 내 7평짜리 사무실을 운 좋게 얻어 셋이서 앉을 자리도 없이 일에 몰두했습니다. 돈이 안된다는 묵살을 수백 번은 당했을 겁니다. 앞으로는 바이러스에 강한 식물, 빛을 비추면 밝아지는 형광식물, 가지마다 다른 색깔의 꽃을 피우는 나무 등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식물을 세계 시장에 내놓을 작정입니다.”

위기에 처한 우리 농업 현실에서 노총각인 김 대표의 구상은 하나의 작은 탈출구일지 모른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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