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십조원을 퍼부었지만 늘어난 건 농민의 빚뿐이다.”정부에 비판적인 농민단체는 물론이고 중립적 시각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도 19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 이후 우리 정부의 농정은 실패작이라고 단언한다. ‘한 톨의 쌀도 수입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못하고 1994년부터 외국산 쌀(가공용)이 수입되자 당시 김영삼(金泳三) 정부는 분노한 농심을 달래기 위해 예산에서 조달한 62조원을 포함해 총 82조원을 농촌에 퍼부었다.
그러나 이후 10여년간 도시근로자 가구 대비 농가소득은 90%대에서 70%대로 줄었고, 94년 788만원이던 농가 부채는 2004년 2,661만원으로 늘었다.사료를 제외한 양곡자급도는 오히려 악화했다.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의선심성 지원과 농가의 주먹구구식 경영 등이 맞물려 산간지역에 유리온실을 짓는 등 엉뚱한 곳에 자금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UR 이후 두번째 쌀 관세화 유예 협상을 벌이고 있는 노무현 정부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이며, 쌀 협상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농민들의 소득이 안정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일단 쌀 농가에 대해서는 80㎏ 1가마당 최소 16만원대 소득이 보장되도록 하는 내용의 ‘직접 지불제’를 내년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일단 농민들도 관세화 유예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 소득만 정부가 보장한다면 대체로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농민들의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지난해 11월 발표한 ‘농업ㆍ농촌 10개년 지원’방안에 포함된 119조원 규모의 투ㆍ융자 계획을 구체화하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이 계획에는 2013년까지 전업농을 육성하고 쌀 소득이 절반을 차지하는 현재의 농가소득 구조를 다변화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또 UR 때와 같은 예산낭비를 반복하지 않게 3년 단위로 투ㆍ융자사업을 평가할 계획이다.
그러나 농민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119조원 투ㆍ융자 계획에 포함된 사업 중 상당수는 별도 계획이 없더라도 정부 예산에 반영될 것들이며, 2008년 이후의 구체적 계획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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