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세제 개편 과정에서 정부가 여당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모습은 보기에도 안쓰럽다. 우여곡절 끝에 당정은 11일 개편안에 합의했지만, 합의안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수정 주문이 잇따르고 열린우리당은 당론 채택을 계속 미루고 있다. 세금으로 표심(票心)을 흥정하려는 여당이 정부에자꾸 떼를 쓰고, 정부는 하루도 못 버티고 백기를 들면서 점점 ‘누더기 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당정이 부동산 거래세(등록세) 1%포인트 인하에 합의한 지 사흘 만에 여당이 추가 인하를 주장하고, “반대한다”며 버티던 이헌재 부총리가 만 하루도 지나기 전에 여당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 대표적인 예.
‘10ㆍ29 대책’의 핵심인 1가구3주택 양도세 중과방침이 시행을 1개월여앞둔 지금까지도 ‘내년 1월 강행’과 ‘유예’를 오락가락하는 것도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여당이 시행 연기를 주장하자, 이 부총리가 정부 입장을 뒤집고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 혼란의 시작.
16일 거래세 추가 인하의 양보를 얻어낸 여당이 “양도세 문제는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손을 뗐지만, 정부는 여당이 언제 다시 떼를 쓸지 몰라 “계속 검토 중”이라는 여운을 남겼다. 18일로 예정된 여당의 정책의총에서 당론 채택이 또다시 불발될 경우 양도세 중과 연기를 ‘끼워넣기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당정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내년 양도세 중과를 우려해 내놓았던 주택 매물이 다시 들어가고 불안한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가뜩이나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거래 실종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 부총리가 취임일성으로 “시장은 놀이터가 아니다”고 밝혔듯이 부동산 시장은 당정의 놀이터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남대희 경제과학부 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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