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통신 선로 설치 사업을 중단함에 따라 두루넷은 1조원을 들여 통신 선로를 직접 깔았다. 그 뒤에도 두루넷 이용자는 착실히 늘어났다. 전국의 유선 방송국들이 담당 지역에서 판매점 역할을 충실히 해낸 덕분이다. 네티즌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 2001년 5월 100만 가입자를 돌파했다. 네티즌이 폭증하면서 콘텐츠 수요도 급속히 늘어갔다. 그래서 두루넷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별도의 자회사를 세우기로 했다. 2000년 9월이다.회사 이름은 코리아닷컴(Korea.com)이 제격이었다. 그런데 한 재미동포가 이미 그 이름을 등록한 상태였다. 우리는 코리아닷컴 대신 다른 이름을 새로 짓느냐 아니면 기존의 ‘Korea.com’ 브랜드를 사느냐 하는 문제로 고민했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름이 지닌 상징성 등을 감안할 때 코리아닷컴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500만 달러를 주고 인수했다. 이름 하나 사는 값 치고는 무척 비쌌지만, 구매 경쟁자가 나타나 그 이름이 우리 것이 된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었다.
코리아닷컴은 대부분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다. 영화와 뮤직 비디오 등에 대해서만 요금을 받았다.
앞서 두루넷은 기존의 컴퓨터 통신 회사인 나우콤을 2000년 1월 인수했다. 그때 나우콤은 상당한 유료 가입자를 확보한 상태였다. 점차 이들을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로 전환시키려는 목적으로 사실상 가입자를 산 셈이었다. 이렇게 해서 두루넷은 모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제를 갖추게 됐다.
하나로통신(현 하나로텔레콤)과 KT는 넉넉한 자금을 무기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덤핑 공세를 취하고 나섰다. 무료 설치와 일정기간 접속료 면제는 물론 기존 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 가입하면 보상을 해주는 등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두루넷도 가입자와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맞불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제살 깎기식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했다.
이러는 사이 한전은 또다시 우리에게 치명타를 날렸다. 통신 자회사를 직접 만든다고 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한전은 자기들이 직접 통신 사업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두루넷을 세우게 됐다면서 내게 두루넷을 맡아달라고먼저 부탁을 했다. 그런 마당에 자체 통신회사를 만든다는 건 두루넷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꼴이었다.
한전은 “한전과 두루넷의 기본 계약에는 한전이 직접 두루넷과 경쟁하는 통신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명문화한 조항이 없는 만큼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분통이 터졌지만 이 문제를 법정으로 몰고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전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나스닥의 두루넷 주식은 폭락했다. 두루넷이 1조원의 빚을 안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한전이 약속한 선로 건설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두루넷은 나스닥에서 증자를 해 이 빚을 청산할 작정이었다. 그런데 주가가 폭락해 증자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마침내 부채 상환 시기가 돌아왔고 은행들은 하나같이 상환 기간을 연장해주지 않았다. 두루넷은 부득이 법정관리로 가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었다. 삼보도 막대한 손해를 보았다. 2003년 3월의 일이다. 이처럼 비즈니스는 굴곡이 심한 험한 길을 헤쳐나가는 것과 같다. 삼보는 그러나 다시 일어섰다. 이러한 경험들을 살려 더 멋있는 미래를 향해 더 힘차게 전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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