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로 시한을 앞둔 쌀시장 개방 협상의 내용이 공개됐다. 관세화 유예의조건인 의무수입물량을 현재의 4%에서 8~8.9%로 늘리고, 유예 기간을 우선5년으로 하되 중간 평가에 따라 5년 연장하도록 하고, 의무수입물량의 30% 정도를 취사용 쌀로 시판한다는 것이 골자다.쌀 수입을 자유화하되 고율관세를 부과하느냐, 관세화를 피하는 대신 최소시장접근(MMA) 폭을 넓히느냐는 어느 것도 쉽게 선택할 수 없다. 과정의 차이일 뿐 쌀 수입 확대라는 귀착점이 같기 때문이다.
의무수입물량이 7.5%를 넘으면 관세화 쪽이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나 관세화 유예 기간에 전격 관세화를 선택해 오히려 국내 쌀 농사 피해를 줄인 일본의 사례가 있지만 참고 사항일 뿐이다.
정부는 협상 내용을 공개, 관세화 유예 쪽에 무게를 싣는 듯한 자세를 보이면서도 최종 선택을 유보했다. 협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국민적 논의의 장을 열어둔 것이지만 이제 와서 본격적 논의를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
어디까지나 예외로서 인정된 ‘관세화 유예’에 안주해 온 지난 10년의 허송세월이 그래서 더욱 아깝다. 국제사회가 10년 뒤의 ‘쌀 수입 확대’를 예고, 농업 구조조정 등 준비의무를 부과했는데도 정부나 농민이나 이를 소홀히 했다.
거리로 나와 ‘쌀 개방 절대 반대’를 외치는 농민들도 이미 10년 전에 쌀시장이 개방됐고, 그 폭이 늘어날 것임은 알고 있다. 따라서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미작 농가에 대한 실질적 보호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또 10년 뒤 훨씬 어려워진 조건에서 같은 문제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발본적 농업 구조조정안과 쌀 소비 증진책을 다듬어야 한다. 아울러 앞으로 짧게 진행될 국민의견 수렴도 ‘쌀 농사 특수성론’ 등에 근거한 추상적 논쟁 대신 실질적 농민 보호책에 집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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