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3일 개봉하는 영화 ‘발레교습소’(감독 변영주)에서 스무 살로 나오는 남녀 주인공 윤계상과 김민정이 나란히 앉아 주고 받는 이야기. “저여자는 10년이나 춤을 췄대.”“10년? 10년 후면 우리 서른 살 아냐. 어휴, 아줌마네.”한가지 일을 10년 동안 했다는 건 스무 살을 숨막히게 할 만하다. 스무 살이란 하고 싶은 게 넘쳐 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니까 말이다.
제목은 춤영화를 연상시키지만 ‘발레교습소’는 스무 살들에게 또 스무 살을 지나 온 사람들에게 ‘아직 괜찮아. 시간 충분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야’ 라고 등 두드려 주는 영화다. 아무 것도 결정할 수 없고 모든게 물음표 투성이인 스무 살들의 모습을 변 감독은 다큐멘터리처럼 담아냈다.
10년도 아니고 벌써 15년째 연기를 하고 있는 김민정(22). ‘발레교습소’에서 그녀는 이전에 한번도 연기를 해보지 않는 사람처럼 카메라 앞에 서있다. 비로소 아역 수식어를 내려놓고 자기만의 색깔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 '아일랜드'로 아역 이미지를 완전히 지워냈다
“말할 수 없을 만큼 큰 기쁨을 안겨 준 드라마다. 서브 타이틀(sub-title)이라 처음에는 망설였다. 제의 들어온 역도 꽤 있었다. ‘발레교습소’를 이미 촬영중이라 변 감독께 상의 드렸는데 ‘당연히 해야지’ 그러셨다.
정작 촬영할 때는 매우 우울했다. 내가 맡은 시연이는 다른 곳에 시선을 못 돌리게 하는 역이었다. 시연이의 우울이 나에게 전염됐다. 종영 후에야 칭찬이 귀에 들어왔다.”
-영화에서는 앞머리를 길게 내려 눈을 가리고 나오더라.
“슬픈지 기쁜지 큰 눈에 마음이 너무 잘 드러나, 가리는 게 낫겠다 생각했다. 변 감독도 그런 의견을 냈고…속 마음을 알 수 없는 알쏭달쏭한 성격의 수진을 표현하는데 도움이 됐다. 영화 찍으면서 예쁘게 보이지 말자다짐했다. 머리카락도 짧게 자르고 체중도 지금보다 한 5㎏ 늘어났었다.”
-영화에서는 스무 살이 '출발선 같은 나이'라고 말하던데…
“지난 해 안 좋은 일이 겹쳤다. ‘술의 나라’(SBS)의 시청률이 저조해 마음 고생이 심했다. 찍으려 했던 영화도, 드라마도 모두 중간에 어긋났다. 7개월을 그냥 쉬었다.
아무리 어려운 일도 아둥바둥 노력하면 못해 낼게 없다고 생각했었다. 세상은 나에게 쉬운 삶을 허락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니더라. 많이 배웠고 새로 시작하는 한 해가 됐다. 새로운 출발점이었다.”
-예쁘다는 소리 지겹도록 많이 들었겠다
“하하. 아무리 들어도 지겹지 않다. 공주병 안 걸리게 엄마가 무던히 애썼다. ‘난 평범하다’고 하도 주문을 걸어서 그런지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너무 부족해서 문제다. 이번 영화에서도 머리카락 짧게 자를 때 너무 고민했다. 감독님이 ‘어떻게 해도 예뻐. 네 외모에 자신을 좀 가져’라고 말했다.”
-아역 배우 출신이라는 수식어 지겹지 않나?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10년이 지나도 사람들은 나를 아역배우 출신이라고 말 할 것이다. 그 시절을 생각해 보면 수학여행이나 소풍도 한번 못 가고 쉬는 시간에 매점도 제대로 못 갔다. 매점 가면 친구들은 ‘민정이 돈많이 버니까 사달라고 해’라고 수군거렸다. 그 말이 그렇게 싫었다. 혼자우는 시간도 많았다.
그만 둘까도 했는데, 어렸을 때도 활동 않고 쉬면 몸이 아프더라. 지금도 마찬가지다. 연기해야 기운 나는 체질인가?.”
/최지향기자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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