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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전면개방이냐 유예냐 / 소비자·쌀 시장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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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전면개방이냐 유예냐 / 소비자·쌀 시장 영향

입력
2004.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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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결론나든 외국쌀 식탁에 오를 듯쌀 협상에서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내년부터 국내 식탁에는 외국 쌀이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관세화(수입자유화)로 바뀌면 이론상 관세만 내면 세계 어느 나라 쌀이라도 수입이 가능해지고, 현행 관세화 유예(수입물량제한) 기간이 연장되더라도 수입 쌀의 일부에 대해서는 소비자 시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농림부와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는 미국, 중국, 태국 등은 관세화 유예 연장의 조건으로 그동안 금지됐던 의무수입물량(MMA)의 소비자 시판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2014년에는 MMA 물량의 70%까지 소비자 시판을 늘려달라’는 중국의 요구는 거부하고 있지만, 30% 범위내에서는 소비자 시판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관세화 유예 상태에서 소비자 시판이 허용될 경우 일반 소비자들은 국내 쌀보다 약간 싼 가격으로 중국, 미국 쌀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국제가격으로만 따지면 중국, 미국 쌀이 한국 쌀의 2분의1이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지만 시판가격은 정부가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림부 김영만 식량정책국장은 “정부는 낮은 가격에 수입한 외국 쌀을 그대로 방출하지 않고, 소비자 가격이 국내 쌀과 엇비슷한 수준이 되도록 적절한 유통마진(마크 업)을 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 쌀이 국내 쌀보다 비싸지게 유통마진을 붙일 수는 없다”고 밝혀, 중국이나 미국 쌀의 소비자 시판가격이 국산의 90% 수준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시장개방을 의미하는 관세화로 바뀔 경우 식탁에 오르는 외국 쌀의 종류와 범위가 훨씬 넓어진다. 세계에서 가장 비싸면서 품질은 최고라는 일본 쌀도 들어오게 된다. 1999년 쌀 시장 개방을 통해 품질 경쟁력을 확보한 일본은 이미 대만, 싱가포르, 홍콩, 중국 등지의 부유층 고객을 상대로 매년 100∼200여톤가량의 고급 쌀을 수출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일본 최고급 쌀인 니가타 우오누마 쌀은 60㎏에 9만3,600엔(한화 93만원)으로 한국 쌀(15만원) 보다 6배나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화로 전환되면 일본 쌀의 한국 진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고시히카리 등 고급 쌀을 유통시키는 일본 유통업체가 한국의 관세화 이후를 노리고 지난해 서울 강남 등지에서 은밀한 시장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요컨대 지금처럼 관세화 유예로 가면 중국, 미국의 저가 쌀이 한국 소비자 공략에 나서는 반면, 관세화로 바뀌면 중국, 미국의 저가 쌀과 함께 비싼 일본 쌀도 한국에 상륙하게 되는 것이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의무수입물량(MMA)

관세화를 유예 받는 대가로 쌀 수출국가로부터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하는 물량이다. 우리나라는 UR협상 당시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쌀 관세화를 유예받는 조건으로 10년간 MMA 물량을 1%에서 4%(20만5,000톤)까지 늘릴 것을 약속했다. 이번 쌀 협상에서도 중국, 미국 등은 유예 연장의 조건으로 MMA 물량을 늘려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관세화

관세만 내면 물량 제한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외국의 공산품이나 농산품을 수입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나라는 관세화 방식의 자유무역을 지향하지만, 쌀이나 무기 등 국가 안위에 긴요한 품목에 대해서는 예외(관세화 유예)를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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