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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숲 이야기 / 제주 산천단의 곰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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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숲 이야기 / 제주 산천단의 곰솔

입력
2004.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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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의 소나무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그런데 소나무는 대체로 깊은 산중에 자라기 때문에 육송이라고도 불렀다. 반면에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섬에서도 마치 소나무인 듯한 나무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바닷가에 자라는 소나무라는 뜻으로 해송이라고 부른다.육지에서도 볼 수 있지만 해안에서 약 4㎞ 정도까지만 자라고 있다. 소나무가 나무껍질이 붉어서 적송이라고도 부르지만 이 해송은 검은색을 띠기 때문에 우리말 이름이 곰솔이 되었다.

우리나라에 자라고 있는 곰솔 중에 가장 큰 나무가 있는 곳은 제주시 아라동 산천단이다. 이곳은 제주시에서 제1횡단도로를 따라 서귀포 쪽으로 약 8㎞ 정도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나무가 이렇게까지 클 수도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큰 8그루의 곰솔이 있다. 나무의 키가 30m나 되고 가슴높이 둘레도 무려 6m에 달하는 거대한 나무들이다.

이 나무들은 어떻게 이만큼 크게 오래도록 살수 있었을까? 옛 기록에 따르면 고려시대에 덕적산, 백악산, 송악산, 목멱산에서 산신제를 지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더욱 다양해져서 여러 곳에서 산신제의 풍속이 계속되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사악신이라 하여 지리산, 송악산, 삼각산, 비백산에 제사를 올렸고, 산천신이라 하여 동쪽의 치악산, 남쪽의 계룡산, 죽령, 주불산, 주흘산, 죽령, 한라산, 중앙의 목멱산, 북쪽의 감악산, 의관령, 백두산에 제사하였다.

산천단은 바로 한라산 산천신에 제사하던 곳이다. 원래 이와 같은 국가제사 중의 하나였던 한라산 산신제는 백록담에서 지냈는데, 1470년 부임한 이약동 제주목사가 날씨가 춥고 길이 험해 제물을 지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심지어 죽는 사람까지 생겨나는 것이 안타까워 이곳으로 옮겨 제사를 지내게 된 것이 산천단의 유래가 되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많은 제례나 민속행사가 사라졌지만 아직도 이곳은 마을제를 지내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주도 체전의 성화를 채화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 지역 주민들이 산천단을 장구한 세월 보호해 왔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곳에서 산신제를 지낸 지 530여년이 흘렀으므로 이 나무들은 적어도 500살은 충분히 넘었을 것이다. 산천단의 곰솔은 이와 같이 성스러운 곳에 자리한 덕택에 잘 보존 되어 온 것이다.

물론 이처럼 유서 깊고 웅장하게 자란 곰솔이지만 고난의 세월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최근까지도 이곳의 한 가운데로 도로가 관통해 원형이 많이 훼손되었는가 하면 벼락으로 죽은 나무도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1964년 천연기념물 160호로 지정하여 보존조치가 이루어짐으로써 지금은 상당부분 원형을 회복하고 그 옛날의 향기와 신령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풍치를 보여 주고 있다.

다만 지난 10월 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릴 만큼 소나무에게는 치명적이라고 하는 재선충이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500년 풍상 우리 민초들과 애환을 함께 해온 산천단 곰솔이 또 다시 찾아온 이 역경을 어떻게 극복할지 자못 궁금하다.

/국립산림과학원 박사 김찬수 daram@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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