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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만 이누이트族 '환경 영웅' 와트-클루티에 "더워지는 지구…삶도 녹아내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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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만 이누이트族 '환경 영웅' 와트-클루티에 "더워지는 지구…삶도 녹아내릴 것"

입력
2004.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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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찬거리를 사러 슈퍼마켓에 갈 때 우리는 매일 밖으로 나갑니다. 사냥하고 고기잡고 채집하고…. 환경은 우리의 슈퍼마켓이지요. 그런데 그 바다가 지금 위기에 처했습니다. 지구가 더워지기 때문이지요. 북극곰이 50년, 아니 60년, 70년 후에 멸종되면 우리 이누이트(에스키모)들은 어디로 가지요? 이누이트 문화는 멸종되는 것이지요. 잠시만이라도 상상해 봐 주세요. 우리가 느낄 충격과 공포와 분노와 슬픔과 좌절을 말입니다!”실라 와트_클루티에(50) 이누이트극지협회(ICCㆍInuit Circumpolar Conference) 회장은 최근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막을 내린 북극 기후변화 국제회의에서 이렇게 말하고 “우리에게 지구 온난화는 생존의 문제”라고 호소했다. 그리고는 미국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해 주목을 받았다.

와트_클루티에는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가 기후 변화를 유발해 북극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원주민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 온 ‘환경 영웅’이다. ICC는 그린란드, 러시아, 캐나다, 미국에 걸쳐 북극 주변에 사는 이누이트족 15만5,000명을 대변하는 단체. 레이캬비크 회의에 보고된 북극 기후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북극의 온난화 속도는 지구 전체 온난화 속도의 2배이다. 심지어 2100년 여름이면 북극의 얼음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그가 사는 캐나다 퀘벡주 북부 누나비크만 해도 얼어 있어야 할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려 건물과 도로가 무너지기 일쑤다. 눈도 훨씬 많이 내리고 바다에는 얼음이 녹아 있는 기간이 엄청 늘었다. 없던 벌레와 조류가 생겨나는 대신 북극곰, 바다표범, 고래, 해마 같은 사냥감은 점점 줄어든다. 얼음이 얇아져서 사냥하다 빠져 죽는 경우도 많다. 그는 “이누이트는 지구 환경에 일어나는 미묘한 변화를 누구보다 앞서 감지할 수 있습니다. 수은주의 수은이고 조기경보시스템인 셈이지요”라고 말한다.

그는 퀘벡주 북부 쿠유아크에서 태어나 개가 끄는 눈썰매를 타면서 자랐다. 그러나 10살 때인 1964년 일반 학교에 들어가면서 전통 생활방식에서 멀어졌다. 캐나다 상원의원인 오빠 찰리 와트에 따르면 당시 와트 가족은 다른 네 가족과 함께 집단으로 사냥을 하며 살았다. 할머니도 계셨다. 도시 생활을 하면서 와트_클루티에의 삶은 피폐해지기 시작했다.

대학 때는 술 담배에 절어 살다시피 했다. 스스로 “자기파괴의 길을 갔다”고 말한다. 뒤늦게 원래 생활방식의 가치를 깨닫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갔다. 거기서 고독으로 스스로를 단련시켰다고 한다. “삶의 재잘거림이 아니라 대자연 속에서 침묵하는 것이 나를 일으킨 힘”이라고 한다. 그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인류는 삶의 터전을 우주로 넓히면서도 정작 인류가 발 붙인 지구에서는 온실가스와 오염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환경 문제는 지금 여기의 문제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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