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지난해 9.5%였던 국세 수입(세수) 증가율이 올해는 5%대로 크게 떨어지지만 샐러리맨이 내는 근로소득세 증가율은 9.8%에서 15%대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불황으로 인해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세금을 적게 내면서 초래된 세수(稅收) 부족분을 근로자들의 ‘유리지갑’으로 메우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16일 재정경제부가 국회에 제출한 ‘2004년 국세 수입전망’에 따르면 올해 전체 국세 수입은 122조686억원으로 지난해(114조9,469억원)보다 5.69%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같은 증가율은 2001년 3.0%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특별소비세(-2.3%)와 증권거래세(-6.3%)가 지난해 보다 줄어들고 부가가치세 증가율이 6.2%에 머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로소득세는 올해 9조6,304억원으로 지난해(8조3,652억원)보다 15.1%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해 세제개편 당시 근로자에 대한 세금부담 완화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명목 소득만 늘어난 근로자에 대해서도 근소세가 추가로 징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4년 물가상승률을 5%로 가정하면 월급 315만원을 받는 근로자는지난해 300만원 월급의 근로자와 같은 수준의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데도,명목 소득 기준으로 근소세가 매겨지는 바람에 실제로는 지난해보다 세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반면 자영업자와 기업들의 세부담을 크게 줄어들었다. 자영업자들이 주로내는 사업소득의 경우 연초에는 1조1,062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됐으나,실제로는 1,000억원 가량 줄어든 1조242억원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25조6,327억원에 달했던 법인세 수입도 올해에는 3.6% 가량 줄어든 24조7,192억원으로 예상됐다.
한편 정부의 부동산에 대한 양도세 중과방침으로 올해 양도소득세 수입은4조7,96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5.5%나 늘었다. 또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 가치가 하락했을 때 자녀들에게 증여하면 세부담이 줄어드는 점을 이용한 부유층의 증여행위가 급증해 관련 세금도 2003년보다 45.9% 늘어난 1조9,183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조철환기자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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