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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IT계의 선구자 이용태 /<45> KT·하나로통신과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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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IT계의 선구자 이용태 /<45> KT·하나로통신과 경쟁

입력
2004.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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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통신은 제2의 시내전화 사업자로 출발했다. 모든 가정에 시내 전화선을 깔려면 돈이 한두 푼 드는 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막대한 자본금을 마련해 사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막상 하나로통신에 서비스를 신청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누구도 선뜻 KT와의 계약을 해지하려 들지 않았다. 이 회사는 애초 잘못된 사업 계획을 짜놓고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은 꼴이 돼 버렸다.

하나로통신은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렸다. 궁리 끝에 초고속인터넷 사업 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고 생각해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초고속인터넷 사업에 뛰어 들었다.

곧 이어 또 다른 엄청난 일이 터져 나왔다. 두루넷과 하나로통신이 초고속인터넷 사업에서 가입자를 계속 늘려나가자 KT도 가만히 앉아 구경할 수만은 없게 됐다. 그래서 KT도 1999년 6월 이 사업에 합류했다. 3파전이 된 셈이다.

KT는 기존 전화선에 비대칭 디지털 가입자 회선(ADSL) 방식을 도입, 초고속인터넷을 서비스하기로 했다. 하나로통신과 KT는 돈 자랑이라도 하듯 마케팅 비용을 부어넣으며 치열하게 경쟁했다. 두루넷은 자본금 규모로 볼 때 이들 회사와는 비교도 안됐다.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질 지경이었다. 그래도 두루넷은 선발주자로 건투했다. 가입자 수에서 한동안 1위 자리를 지켜냈다. 이런 여세를 몰아 99년 11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쾌거를 이뤘다. 우리의 실력과 미래를 전세계 투자자들이 공인한 결과였다.

두루넷의 모든 직원은 용기 백배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도입한 진정한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설 날도 머지 않아 보였다. 이사진에 해외 인사를 영입하고 경영진에도 해외 기업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젊은 인재들을 맞아들였다.

그러던 중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왔다. 국민의 정부가 한국전력에 대해 통신 사업에서 손을 떼라고 해버렸다. 당시 정책 입안자는 우리나라 재벌이 문어발식으로 여러 업종에 진출하는 걸 마땅치 않게 생각했다. 이런 이유로 공기업인 한전에게도 전력 사업 이외의 다른 사업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무조건 사업을 확장하지 말고 특정 분야에 집중,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키우라는 대원칙은 분명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한전처럼 값싸게 통신망을 깔 수 있는 회사보고 그것을 하지 말라고 한 것은 대단히 큰 실수였다. 더욱이 정보화 사회에서 경제적인 통신망을 많이 확보하는 게 국가적으로도 무엇보다 중요한데 정부는 엉뚱한 결정을 내린 셈이다. 나라라는 큰 틀을 보지 못한 채 한전이라는 작은 시스템만 보고 병을 고치려다 큰 시스템에 손상을 주는 우를 범했다고 나는 생각했다. .

두루넷은 앞길이 캄캄해졌다. 나는 정부 요로에 이 정책이 잘못된 것임을 열심히 설득하고 다녔다. 그러나 이미 정해진 기본 정책은 바꿀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한전과의 결별에 따른 어려움은 또 있었다. 통신선로를 까는 건 원래 한전의 몫이었다. 그런데 한전이 깔아 주지 않게 되자 두루넷은 자체적으로 선로를 깔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이 작업 하나만으로 두루넷은 1조원의 빚을 졌다. 또 새로운 선로를 가설하려면 한전의 전주를 이용해야 했는데 한전은 이마저 거절했다. 한전의 전봇대를 이용하기 까지 들어간 노력과 시간도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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