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자유구역 내에 설립될 외국병원에 대해 내국인 진료를 허용키로 한 것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효과를 국내 의료체계의 교란이라는 부작용보다 중시한 결과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번 결정을 의료시장 개방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입법화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 허용은 재경경제부를 비롯한 경제부처가 주도해왔다. 경제자유구역의 성공을 위해서는 의료ㆍ교육 등 기반시설 구축이 불가피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말 “내국인 진료 허용은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와 공공의료 확충 계획을 마련한 뒤 추진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김근태 복지부 장관도 “자칫하면 국내 의료의 근간을 허물 수 있어 고민스럽다”며 재경부 뜻에 반기를 들었다. 그러나 결국 2009년까지 5년 동안 공공의료 부문에 4조원을 투입하는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수용 쪽으로 방침을 선회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면 전체 의료서비스 가운데 공공의료 비중을 30%선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의료단체와 일부 시민단체 및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의료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되는데다 외국자본에 대한 일종의 특혜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에 반대해온 학자 교수 연구자 등 전문가 140여명은 16일 성명을 통해 “외국계 영리법인 설립과 내국인 진료 허용이 의료 이용의 빈부격차 확대와 의료 전반에 대한 국민 불신 증폭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 관련 단체들은 경제자유구역에 내국 병원이 진출할 수 있게 해달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가 경제자유구역 내 의료수요의 한계 등을 감안,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형평성 논란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에 설립될 외국병원은 500~1,000병상 규모가 유력하다. 설립 시한은 1단계 공사가 끝나는 2008년께로 잡고 있다. 하버드대와 펜실베이니아대 병원 등의 참여가 추진되고 있고 MD앤더스병원 존스홉킨스병원 등도 진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국내 대기업과 이들 외국 병원의 합자 형태가 검토되고 있다. 대기업 중에서는 대형 병원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과 현대가 유력한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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