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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IT계의 선구자 이용태 <44> 한전과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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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IT계의 선구자 이용태 <44> 한전과의 갈등

입력
2004.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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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넷은 1997년 7월 인터넷 사업의 돛을 올렸다. 한국전력의 통신선로를 그대로 이용하고 각 가정에 서비스를 보급하는 일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맡았다.전국에는 이미 케이블TV 망이 깔려 있던 터라 사업은 순조롭게 풀려 나갔다. 초고속 인터넷 사업은 우리나라 정보통신 사상 획기적인 대사건으로 기록돼야 마땅하다. 케이블 TV가 있는 가정에서는 한 달에 3만원 정도만 내면 전화선 보다 1,000배나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단순히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저속 인터넷에서는 불가능한 새로운 서비스를 받게 된 점도 의미가 크다. 그 중 하나가 온라인 게임이다. 지금 한국이 세계 제일의 온라인 게임 강국으로 성장한 것도 바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덕분이다.

그러나 인터넷 사업은 적지 않은 시련을 겪어야 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한전과 여러 가지 마찰을 빚은 일이었다. 한전과 두루넷의 기본 계약은 처음부터 매우 불공정했다. 두루넷은 원래 한전의 통신선로를 전용선 사업자들에게 판매하게 돼 있었다. 그런데 LG가 이동통신 사업에 뛰어들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LG는 전국에 걸쳐 기지국과 기지국을 연결하는 전용 통신망의 큰 고객으로 등장했다. 그러자 느닷없이 한전이 LG 사업은 자기들이 직접 챙기겠다고 나섰다. 두루넷의 설립 목적은 한전의 선로를 판매하는 일이었는데 큰 고객이 나타나자 한전이 딴 마음을 먹게 된 것이다.

한전 통신사업부는 "두루넷은 아직 신설 회사인 만큼 한전의 이름과 권위를 이용해야 된다"는 엉뚱한 논리를 내세웠다. 어차피 두루넷이 LG와 계약을 맺어도 수입의 대부분은 한전으로 넘어가게 돼 있는데도 한전은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전은 갑(甲)의 입장에 서 있었다. 계약서 상에는 한전을 구속하는 조항이 하나도 들어 있지 않았으므로 두루넷이 질 수밖에 없었다. 한전이 두루넷을 맡으라고 했을 때 계약 조건을 꼼꼼히 따지지 않은 걸 후회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나는 이에 굴하지 않고 사업에 더욱 열중, 두루넷의 영업 분야를 넓혀 나갈 궁리에 몰두했다. 그러나 한전은 더 기가 막힌 부당한 행위를 했다. 사연은 이랬다. 정보통신부는 97년 6월 여러 종류의 통신 사업자를 허가, 경쟁 체제를 만들었다. 이동통신 회사는 모두 5개를 허가했다. 또 국제전화 회사를 3개로 늘리고 시내통신 사업자를 KT 이외에 1개 더 추가했다. 이때 시내전화 사업자로 새로 인가 받은 회사가 하나로통신이다. 정통부는 하나로통신을 인가하면서 데이콤이 주도해 4대 재벌에게 동등 주식을 배당하고 기타 일반 주식을 공모토록 결정했다.

그런데 한전의 통신사업부는 이 사업의 주요 주주로 참여, 한전의 통신 선로를 이용케 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말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위였다. 왜냐하면 한전이 보유한 통신선로를 판매하게 하기 위해 두루넷을 설립해 놓고 하나로통신에게도 똑 같은 사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2중 플레이를 했기 때문이다. 두루넷은 강력히 반대했다. 한전은 이번에도 두루넷과의 계약서를 들고 나와 한전이 두루넷에 구속되는 조항은 없다고 맞섰다. 한전의 이 같은 신의성실을 저버린 태도 탓에 두루넷은 치명적인 위기를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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