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인식엔 총론은 있으나 각론은 없다. 대통령이 경제문제의 구석구석까지 챙겨야하느냐는 물음엔 다양한 답변이 나올 수 있지만 적어도 국민들이 저마다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치는 현실을 정확히 꿰뚫고 해법의 큰 줄거리를 제시하는 것은 대통령의 엄중한 책무다.노 대통령은 엊그제 LA동포 간담회에서 "역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는 대기업들이 위기를 가장 많이 말하는데 그것은 옳지 않다"며 "어렵다고 허겁지겁 영양제, 각성제 주사를 맞는 등 무리하게 경제를 운용하면 2~3년내 심각한 파탄이 온다"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수익성, 금융 건전성 등을 볼 때 장기불황 우려는 기우" "지금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 골짜기가 깊어진 특별한 불경기"라고 했던 얼마전 얘기와 맥을 같이하는 언급이다. 이해찬 총리도 최근 "올해 수출이 2,400억달러에 달해 경상수지 흑자가 250억달러라는 경이로운 수치에 이르고 순이익 1조원을 넘는 기업이 10개가 넘는다"며 경제위기론을 일축했다.
노 대통령이나 이 총리가 언급한 내용은 사실이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이나 은행이 수익성과 건전성을 최고의 가치로 떠받들고 권력이나 정치권의 힘으로 특혜를 얻어 사업하는 것은 사상누각이라는 인식도 갖게됐다. 이런 뜻에서 참여정부는 경제의 펀더멘털을 굳건히 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하지만 지금 노 대통령, 혹은 정부가 대답해야 할 물음은 펀더멘털이 좋다면 왜 투자와 소비가 장기 침체에 빠져 있고, 대부분의 서민층과 중소기업이 유례없는 고통을 겪느냐는 것이다. 기업이나 가계가 이 정권의 이념성향이나 정책이 싫어 위기를 부추기고 조장한다는 얘기는 답이 아니다. 구조적 불황도, 전환기적 불황도, 경기순환적 불황도, 특별한 불황도 다 좋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문제의 나열이 아니라 그것을 해결하는 구체적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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