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내가 이끄는 창작교실 친구들과 함께 1박2일 일정으로 내 소설 속의 무대 ‘은비령’을 다녀왔다. 은비령으로 간다고 하자 가까운 후배 한 사람은 그곳은 이름만 들어도 가슴에 과산화수소수를 발라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엔 아직 나무에 단풍잎이 매달려 있지만, 가을과 겨울이 이른 그 곳은 모든 나무가 이미 잎을 떨어뜨리고 겨울잠에 들어갔다.확실히 그 곳 산 속에서는 별이 가깝다. 별을 한눈에 넓게 보는 방법은 선 채로 고개를 젖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잔디밭에 그대로 뒤로 벌렁 누워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작은 눈 안으로 하늘 전체가 들어온다. 도시에서는 하늘 어느 곳에 있는지 잘 보이지 않던 오리온자리가 어릴 때 보았던 모습 그대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 곳에서 별을 보며 새벽까지 야외 화덕 겸 난로에 장작불을 피웠다. 은비령 속에서의 하룻밤은 인간 세상의 2500만년이다. 그 가운데 1500만년 정도를 불목하니 노릇을 하다가 돌아왔다. 장작불도 나무마다 색깔이 다른데, 역시 그 으뜸은 자작나무다. 이번 겨울에 가족과 함께 한 번 더 가서 나무와 별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와야겠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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