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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교수의 원포인트 경제학] <13> 빈부격차와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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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교수의 원포인트 경제학] <13> 빈부격차와 시장경제

입력
2004.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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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상에는 부자와 빈자가 존재할까. 모두 다 부자일 수는 없을까? 누구나 가져보았을 법한 의문입니다. 빈부 차이에 대한 경제학의 첫번째 답은 개인의 빈부는 각자가 경제적 의사결정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의사결정일까요?첫째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결정이죠. 즉 얼마씩 일하고, 놀고, 공부할 것인가 하는 의사결정은 그 사람의 현재와 미래 노동수입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현재 많이 노는 것을 선택한 사람은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처럼 미래소득의 감소를 감수해야 합니다. 또 당장의 돈을 버는 노동시간과 더 배우는 학습시간 간의 배분도 중요합니다. 지금의 학습은 미래 생산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중고생을 가진 부모가 신문 돌리는 아르바이트라도 해야겠다는 자식에게 몇 푼 더 벌 생각보다는 공부나 더하라고 하는 것도 미래소득 창출력의 증대를 우선시하는 사고입니다.

특히 최근 경제학에서는 기계나 시설 등만 자본이 아니라 인간도 하나의 자본이라고 보아서, 인적 자본의 가치를 높이는 것을 중시합니다.

둘째, 벌어들인 소득 가운데 얼마를 소비하고 얼마를 저축할 것인가 하는 소비와 저축간의 결정도 그 사람의 경제적 운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오늘의 저축은 미래소득을 늘리기 위한 투자입니다.

투자의 수익성이 높다면, 그 쪽으로 투자를 한 사람과 현재 흥청망청 다 써버린 사람 간에는 당연히 갈수록 차이가 나기 마련입니다. 마지막으로는 현재 소비하기로 결정한 소득 금액을 여러 가능한 소비 행위들에게 어떻게 잘 배분하는가도 중요하죠.

요컨대, 개인이 잘 해야 할 경제적 의사결정은 1)노동과 여가 간의 선택 2)소비와 저축 간의 선택 3) 여러 상품간의 소비량의 선택,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이런 다양한 선택의 순간에 내린 결정의 차이가 개인간의 경제적 차이의 한 원인을 이룹니다.

이렇게 보면 개인간 경제적 격차는 남을 탓할게 아니라 다 자기 탓인 것 같죠. 물론 경제학은 자기 탓만이 아닌 면에도 주목합니다. 부모가 부자인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는 동원할 수 있는 부(재산)의 크기가 다르고, 이 또한 경제적 선택에 영향을 미칩니다. 소비와 저축간의 선택에 있어, 현재 소득이 워낙 적은 사람은 번 돈을 다 생계 유지에 써야 하기 때문에 저축이나 투자를 할 여력이 없죠. 노동과 학습간의 시간 배분에 있어서도, 머리가 뛰어나 교육투자의 수익성이 높은 사람이라도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면 우선 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시장경제가 효율적이라는 것은 몇 가지를 전제로 하는데, 그 조건중 하나가 각 개인이 초기 재산의 크기에 상관없이 자유로운 경제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코즈가 제기한 명제인 ‘코즈 정리’는 바로 개인의 의사결정과 경제행위가 그 사람의 재산의 크기에 의해 제약받지 않을 때, 개인간의 자유로운 선택과 교환에 의해서 총가치가 극대화하는 효율적인 균형상태가 달성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이런 이상적 가정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교육기회의 확충, 장학금제도, 소득재분배, 대출 등 여러 금융제도 등 각종 경제정책과 제도로 효율성의 전제 조건들을 충족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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