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던 중국 총책이 잠적, 당의 고위 간부가 문책 경질된 것으로 15일 밝혀졌다. 이 밖에도 군부 거물급 인사의 친족에 이어 홍성남(洪成南) 전 총리의 아들이 잠적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최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고위급 인사의 망명설이 잇따르고 있다.북한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은 중국과 마카오, 싱가포르 등에서 조성되는 김 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던 A씨가 수 개월 전 싱가포르에서 잠적, 평양에서 보위부 요원 등으로 구성된 검거조가 급파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비자금을 총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 최봉만 실장이 경질됐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대외적으로 업무상 과실로 좌천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발생한 일련의 해외 금융 사고로 문책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최근 기자와 만난 북한의 군 요원 E(50)씨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현재까지 발생한 해외 금융 사고 중 최악"이라면서 "그를 검거하기 위해 선양(瀋陽), 따롄(大連) 등을 찾았으나 행적이 오리무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싱가포르 U은행 계좌 등에서 최소 300만 달러를 인출하고 중국 대륙으로 잠적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최근 해외 외화벌이 업체들을 일제 정비하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북한당국은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대성총국, 낙원총국, 부흥무역, 광명성 등 각종 무역회사를 운영해 벌어들인 외화를 북으로 반입하지 않고 해외 은행 비밀 계좌에 유치하고 있다. 한 조선족 기업가는 이 자금들이 중국의 교통·공상·초상은행, 마카오, 싱가포르은행에 유치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당국은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에서 운영중인 식당 70여 곳도 대폭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1995년 사망한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손자 또는 오극렬 당 작전부장의 아들 등 북한 군부 거물의 친족이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망명했다는 설도 꾸준히 돌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소문에 대해서는 중국과 남북한의 정보기관들이 서로 역정보를 흘린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로 상대측의 공신력을 떨어뜨리기 위한 정보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오극렬 아들 망명설은 NHK와 아에라 등 주로 일본 언론이 기사화하고 있다.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북한 인사는 최근 오극렬부장과 접촉했다며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했다.
다만 북한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군부 인사가 아니라 홍성남 전총리의 아들이 망명했다는 첩보가 입수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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