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나이 50은 변화가 통하지 않는 나이다. 배에는 기름이 잔뜩 끼고, 숨어있던 온갖 성인병이 튀어나오는 시기…피로, 스트레스, 과도한 업무 속에서 짜증만 점점 많아질 뿐이다. 탐욕스럽고, 그러면서도 만사에 조급해지는 50대의 몸과 마음을 향기롭고 여유 넘치는 젊은 몸으로 되돌릴 순 없을까.◆ 석달만에 104kg에서 85kg로 감량
"계기가 필요했어요. 큰 병은 없었지만, 늘 몸이 찌부둥했으니까요." 곧 ‘쉰세대’를 바라보는 이효율(48·(주)풀무원 마케팅본부장)씨는 불과 석달 전만 해도 무려 104.5kg. 173cm키에는 분명 과도한 체중이었다.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에 절어 지내며 얻은 불뚝 튀어나온 배는 점점 단단해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사내 건강강좌에 초빙된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로부터 ‘내 몸 개혁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장님이 회사내 문제(?) 인물들에게 이 건강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라는 권유했는데, 바로 제가 그중 한명이었지요."
건강체크를 한 후 유교수로부터 들은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이런 상태로 계속 지내다간 5년 후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 심장병 뇌졸중 고혈압 알코올성 간질환 등 그에게 곧 찾아올 수 있는 10가지 병명이 쏟아졌다.
"8월초 이후로 술은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평소 제가 좋아하던 고기류는 팍 줄이고, 대신 해조류나 야채의 양은 늘렸어요." 아침은 생식이나 생청국을 넣은 김밥, 점심이나 저녁은 콩비지, 청국장, 비빔밥 등 일품요리를 주로 먹었다. "식사는 평소 양의 3분의 1로 줄이고, 대신 야채는 양껏 먹었어요. 기름이 많이 들어가는 튀김이나 부침 요리는 되도록 피했습니다. 배가 고프면 물을 마셨지요." ‘내 몸 개혁 프로그램’은 비만클리닉과 달리 약 처방이 없는 게 특징이다. 금연, 금주를 실천하고, 식사와 운동조절만으로 몸의 개혁을 시도하는 프로그램. 식사조절과 병행해 매일 아침 헬스클럽에 나가 30분 이상 운동하고, 운동 후엔 15분씩 반신욕도 거르지 않고 했다. 또 무려 6개의 산악반에 가입, 주말이면 늘 산을 찾았다. 이렇게 꾸준히 ‘내 몸 개혁’을 실천한 지 불과 한 달만에 10kg가 빠졌다. 두달 후 6kg, 석달 후 3kg가 추가로 빠져 현재 85㎏다.
"늘 ‘배를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난 적이 없었는데, 다이어트 시작 후엔 음식에 대한 기호도 저절로 바뀌더군요. 향이 강한 음식은 싫고 이젠 담백한 음식이 좋아요. 술을 멀리한 덕분일까요?"
무엇보다 체중 감량을 통해 얻은 큰 수확은 ‘상쾌한 기분’이었다. "몸과 마음의 맑은 상태를 처음 경험했어요. 기운이 솟고, 판단력이 빨라지고, 성격이 차분해졌습니다. 나를 중심으로 살던 삶이 바뀌고, 주위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해가 떨어지면 늘 술에 취한 채 조그만 일에도 분을 참지 못하고 큰 목소리로 떠들던, 불만투성이의 그의 얼굴엔 이제 미소가 찾아 들었다. 무엇보다 가족에게 ‘결심하면 무언가 확실히 보여주는 가장’으로 비쳐지게 돼 그는 기쁘다.
요즘 답보 상태라 좀 걱정이라는 그의 최종 목표는 65kg, 30대 때의 체중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다. "남자들은 마흔 중반만 넘으면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우울해지고 의욕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이럴수록 스스로 자신을 바꾸어 보세요. 만약 생각뿐이지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지요."
송영주 의학전문 대기자 yj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