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회장 일가족 납치사건이 인터넷을 매개로 한 범행으로 드러난 것은 충격적이다. 그간 자살이나 성매매 알선 등 인터넷을 이용한 갖가지 범죄가 발생했지만 이번처럼 납치극을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공범을 모으고 실행에 옮긴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인터넷 범죄는 그 특성상 익명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 갈수록 확대되고 수법도 대범해지는 추세다. 포털사이트 회원 가입시 타인의 명의를 사용하면 쉽게 추적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이버공간이어서 공범 모으기도 어렵지 않다. 신상을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르므로 범인 일부를 잡는다 해도 공범을 잡기가 수월치 않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공범들의 검거에 애를 먹는 것도 그런 이유다.
문제는 인터넷 범죄에 대한 당국의 대응이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지금도 인터넷에는 ‘번개범행’을 공모하는 커뮤니티가 수백개씩 차려져 있어 언제 어디서 범행이 현실화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확실히 돈 만지실 분’ ‘한탕해서 팔자 고치기’ 등의 자극적인 문구에 조직폭력, 납치극, 청부살인을 모의하는 내용까지 버젓이 실려있다.
그런데도 경찰은 커뮤니티 개설만으로는 범죄 예비혐의로 처벌하거나 단속하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명백한 범행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범죄 가능성만을 이유로 수사에 착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터넷 업자들도 수백만개에 이르는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해서 삭제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시민들은 백주 대낮에 벌어지는 범행모의를 보고도 자신이 언제 피해자가 될지 구경만 하고 있으란 말인가. 당국은 더 이상 단속이 어렵다는 핑계로 무방비로 있지 말고 새로운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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