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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지팡이를 주고받으며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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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지팡이를 주고받으며 하는 말

입력
2004.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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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확실히 연세 드신 분들이 지팡이를 덜 짚고 다닌다. 며칠 전 시골에서 올라오신 장인 어른도 여든이 넘은 연세인데도 지팡이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나 사 드릴 수도 없는 게 그걸 오히려 섭섭하게 여기실까봐서이다. 그래서 첫 지팡이는 다 본인이 준비한다.거기에 비해 예전의 우리 할아버지는 회갑이 막 지날 때부터 지팡이를 사용하셨다. 외출을 할 때면 그 지팡이를 모시고 다니는 몸종으로 손주 하나가 꼭 따라다녔다. 짚든 짚지 않든 지팡이는 으레 들고 다녀야 하는 물건이었던 것이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근동의 친구분들을 부른다. 개를 잡고, 닭도 여러 마리 잡는다. 이날 어린 눈에도 참 보기 좋았던 것이 할아버지들 간의 선물 교환이다. 담배쌈지를 여벌로 가져와 낡은 쌈지와 바꿔주기도 하고, 빈 담배쌈지를 채워주기도 한다.

그 자리에 온 어떤 분의 지팡이가 손잡이 부분의 이음새가 빠져 거기에 노끈을 친친 감은 것이 보이면 할아버지는 여벌로 가지고 있던 지팡이와 그 지팡이를 바꾼다. 그러면서 무안하지 않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청려(명아주)에 옻 올린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거 부러질 때까지 기운 쓰지는 말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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