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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에 돌연 숙청 바람/ 맥롤린 부국장 등 고위관리 줄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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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에 돌연 숙청 바람/ 맥롤린 부국장 등 고위관리 줄사퇴

입력
2004.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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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끝나자마자 미 중앙정보국(CIA)에 숙청 바람이 불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큰 칼을 뽑은 것. 2인자인 존 맥롤린 부국장, 그리고 리비아 핵포기 공작을 주도한 스티븐 캡스 작전국 부국장 등 CIA의 터줏대감들이 선거 후 10여일 만에 사실상 밀려나며 줄 사퇴하고 있다. 워싱턴 정가에선 부시와 포터 고스 국장이 선거기간 중 부시 낙선공작을 벌인 CIA 조직에 응징을 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개혁 진통인가 = 칼 끝은 CIA 작전국을 겨냥하고 있다. 개혁 추진을 위해 실세 부서의 기부터 꺾는다는 것. 12일 사표를 던진 맥롤린 부국장은 조직에 32년간 봉직하며 마술사 ‘멀린’이라는 별명을 얻은 작전통.

또 캡스 작전국 부국장은 물론, ‘제국의 오만’이란 책을 통해 부시 정부의 테러전을 혹독하게 비난했던 정보분석가 마이클 슈웨어도 옷을 벗었다. 슈웨어는 1999년까지 오사마 빈 라덴 추적팀장을 지냈다. 뉴욕타임스는 이밖에도 상당수 고위 작전국 관리들이 사직을 심각히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물갈이를 주도하고 있는 고스 국장은 CIA근무 경력이 있고, 하원 정보위원장(공화)을 지낸 부시의 측근 정치인이다.

그는 9월 부임 전 CIA등 정보기관들이 9·11 예방과 테러전 정보 수집에 실패했다고 혹독하게 비판하는 의회 보고서 작성을 주도했다. 그는 정보위의 공화당 전문위원과 보좌관 등 측근 4인방을 데리고 입성했는데, CIA에선 이중 3명이 CIA에서 불명예 퇴진한 중간급 직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처음부터 ‘의회의 오물(Hill Puke)’이라고 배척했다.

고스 국장은 측근인 마이클 코스티를 CIA 3인자 자리에 임명하려다 좌절하는 등 상처를 입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익명의 정보 소식통을 인용, "코스티는 20년 전 절도죄로 CIA에서 쫓겨난 인물"이라고 폭로해 바로 낙마한 것.

고스 국장의 오른팔인 패트릭 머레이 수석보좌관은 CIA 내부에서 정보가 유출됐다고 보고 캡스를 추궁했고, 캡스는 ‘차라리 내가 관두겠다’고 맞섰다.

◆민주계 숙청인가 = 지난 대선 과정에서 CIA의 고위 간부들이 존 케리 민주당 후보에 줄서기를 한 데 대한 응징이라는 분석도 많다.

전현직 정보 관리들은 "고스 국장은 백악관이 보낸 형 집행자"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대선 과정에서 ‘CIA발’ 언론보도로 부시 대통령은 여러 차례 휘청거렸다. 부시 정부의 ‘판단 착오’나 ‘정보 왜곡’을 시사하는 정권 내부 메모 등이 거듭 유출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14일 "지난 몇 달 동안 워싱턴은 눈을 부릅뜨고 CIA 요원들이 대놓고 정부를 비난하고 자료를 흘리는 것을 지켜봤다"고 지적했다. 9월에는 이라크 안정화까지 10여년이 걸릴 것이라는 CIA보고서가 누출됐다.

CIA 고위 관리인 폴 필라가 공공연하게 이라크전 개전이 잘못이라고 비난했다. 슈웨어는 "CIA 거물들은 내게 언론에서 부시 때리기를 할 백지수표를 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백악관 관계자는 "CIA가 쓰레기통을 뒤집은 뒤 문서를 그대로 언론에 보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리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옛날이라면 CIA에는 효수된 목들이 장창에 꽂혀 늘어서 있을 것"이라며 "이번에 CIA가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정보기관이 계속 정책과 정치에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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