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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사용자 모델’ 정부도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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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사용자 모델’ 정부도 보여야

입력
2004.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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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조 총파업 찬반투표가 정부 개입으로 중단되고, 노조지도부와 파업참여 공무원에 대한 엄중 처벌이 예고되고 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무원노조법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은 인정하지만 단체행동권은 제한하는 내용이나 노조측은 단체행동권 없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은 의미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로선 공무원노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지배적이다. 어려운 경제여건과 실업이나 고용불안 등의 상황 하에서 공무원들이 심하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공무원들은 왜 이 같은 요구를 하는가. 그리고 공무원 노조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자본주의 국가에서 노조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민간기업의 근로자들과 사용자들의 이해가 대립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관심사는 이윤추구나 성장이지만 근로자들의 관심사는 안정적인 임금이나 고용이다.

이런 상황은 정부가 사용자가 되는 공공부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공부문의 근로자들이 민간부문보다 안정적인 신분을 보장 받는다고 하지만 고급 공무원의 경우이고 대다수 하위직의 공무원은 상황이 다르다. 특히 IMF경제위기 이후 하위직 공무원들은 대량해고도 많았고 비정규직 형태의 근로자의 비율도 높다. 그러므로 공무원은 신분이 보장되고 노동자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논리는 현실적인 설득력이 약하다.

선진국들의 역사적인 경험과 우리 노조운동의 최근 변화를 볼 때 공무원노조는 우리 노조운동의 중요한 축을 형성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유럽대륙 국가들의 경우 공무원노조는 가장 강력한 조직력을 보인다. 미국이나 영국과 같이 노조가 하락세를 보이는 나라들에서도 공공부문의 노조는 상대적으로 건재하다. 민간부문과 달리 공공부문의 공공성 우선과 독점적 서비스 성격이 노조성장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제조업부문의 노조들이 구조조정 등으로 조직이 약화되고 민간서비스 부문도 노조조직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달리 공공부문의 노조는 막강한 조직력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1960년대 초부터 공공부문의 노조활동이 금지되어 왔으므로 하위직 공무원들 사이에 노조조직에 대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다. 노조가 주장하는 단체행동권이 보장 안 된 노조조직이나 교섭이란 별 의미가 없다는 논리도 부인하기 어렵다. 단체행동권이 없으면 사용자들이 교섭에 성실한 태도로 임할 이유가 적어지고 노조조직의 실질적인 역할이 크게 약해진다.

이런 여러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공공부문의 노조세력의 강화는 앞으로 계속 진행될 것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좀더 장기적인 시각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대화를 배제한 억압식의 대처는 오히려 노조를 급진적으로 나아가도록 유도할 수 있다. 더욱이 민간부문에 대해서는 근로자의 노조조직, 교섭,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하는 정부가 정작 사용자의 입장에서 그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이다. 오히려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유도, 민간부문에 모범적인 사용자상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공공부문의 노조의 강한 조직력과 공공성 성격으로 인해 완전한 단체행동권이 주어지면 상당한 사회, 정치, 경제적 불안을 낳을 수 있다. 노조도 이러한 현실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단체행동권의 적절한 제한에 동의할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 또 노조는 왜 공공부문에서 노조가 필요하고 적절한 교섭권이나 파업권을 보장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국민을 상대로 한 대화시도에 소홀했다.

지금부터라도 공공부문 근로자들이 어떤 상황이며, 노조가 조합원의 이익대변뿐 아니라 대국민 봉사에 어떤 실질적인 개혁을 가져올지를 가시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정주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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