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유지담 대법관)는 12일 현대비자금 150억원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지원(사진)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2년에 추징금 148억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관련기사 3면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씨에게 돈을 전달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진술은 신빙성에 의심이 가고, 박씨로부터 150억원을 받아 관리한 김영완씨가 해외에서 작성한 자술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 진술은 "사리에 맞지 않는 부분이 상당하고, 돈 전달 과정에 대한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는 취지로, 김씨 자술서는 "작성경위와 방법이 비정상적이고 피고인측의 반대신문 기회가 없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은 증거평가를 지배하는 헌법적 차원의 기본원리"라며 사실상 150억원 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임을 밝혔다.
대검 중수부는 이에 대해 "검찰은 박씨 혐의를 확신한다"며 "고법의 파기환송 재판에서 이익치씨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도록 보완해 법원이 충분히 심증을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씨측 소동기 변호사는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 박씨의 억울함이 밝혀져 다행"이라며 대법원에 곧바로 보석을 신청했다.
박씨의 무죄가 확정되면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대한 비난과 함께 비자금 150억원은 물론,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또 다른 현대비자금 3,000만달러의 행방에 대한 의혹이 증폭될 전망이다.
이번 재판에서 박씨는 SK와 금호에서 1억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와 불법 대북송금 과정에서의 직권남용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유죄가 인정됐다.
박씨는 지난해 6월 대북송금 특검수사에서 2000년 4월 남북정상회담 직전 북한에 5억달러를 송금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뒤 중수부의 현대비자금 수사에서 1억원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150장을 수수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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