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필요합니까?" "필요합니다. 성욕을 해소할 수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합니까?" "필요없습니다. 성매매는 엄연한 범죄이니까요."12일 ‘군부대 성매매 방지교육’이 실시된 강원도 홍천의 ‘제1 야전군 번개부대’ 강당. 창문 너머 연병장은 을씨년스러운 찬바람이 잔뜩 불고 있었지만, 강당 안은 강사와 군인들 간의 논쟁과 토론으로 한껏 열기가 높았다.여성부와 속초 성폭력상담소가 마련한 이 교육의 목적은 성매매특별법 시행을 맞아 이른바 ‘성매매 주 고객’으로 알려진 군인들에게 법의 취지를 알리고 성매매방지 의식을 고취시키는 것. 지난 2일 시작해 12월8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유혜정 속초성폭력상담소 소장이 진행한 이번 교육에는 하사관 이상 250명의 군인들이 참가해 90분간 진행됐다. 번개부대장은 "군에서 ‘성교육’을 하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이를 공개하는 것도 획기적"이라고 말했다.
유 소장이 질문을 시작했다. "성이란 무엇인가" "입대 전에 성경험을 했나" "포르노 왜 보나" "성매매는 필요악인가" 등. 생소한 교육에 잔뜩 긴장했던 군인들은 강사의 저돌적인 질문에 이내 ‘무장해제’ 되기 시작했다.
"부부가 분위기 마련을 위해 포르노를 본다" "성이란 쾌락을 위한 것이다" "고등학교 때 이미 경험했다"는 등 신세대 군인들의 대답도 거침이 없었다.
여성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남자의 10%는 군 시절에 성의식을 형성한다고 한다. 유 소장은 "입대 전 ‘딱지떼기’, 신고식 때 성경험 말하기, 고참과 함께 하는 외박·외출·휴가와 술자리, 명령과 위계의 문화 등이 버무려져 군인들이 잘못된 성의식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설명과 동영상 상영이 이어지자, 약간 느슨해진 교육장에 사뭇 긴장감이 감돌았다. 조상진 하사는 "이번 교육으로 성매매가 왜 나쁜지 배웠다"며 "여자도 하나의 인격체로 봐야 한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류진 소위는 "여성이 피해자이며 성상품화 하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고 대답했다.
남자들의 성욕 해소에 장애물이 된다며 성매매를 옹호한 ‘높으신 분’들의 생각에 젊은 군인들은 어이없어 했다. 한 하사관은 "성매매를 근절하면 군 사기가 떨어진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우리를 성욕도 조절 못하는 바보로 아는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장교도 "성매매 특별법은 군인이든 민간인이든 누구나 준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소장은 "우리나라 남성의 문제는 자기 주변 여자들은 소중히 보호해야 할 ‘보물’로 여기면서 다른 여자는 함부로 막 대해도 된다는 ‘이중적 성 잣대’에 있다"며 "여자들의 인권을 존중할 줄 아는 성숙한 나라가 되는데 군인들이 앞장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천=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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