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장례식과 함께 그의 비자금의 행방이 전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상당부분은 찾지 못하고 영원히 암흑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아라파트의 비자금이 30억~50억 달러에 달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무성하지만 실상 비자금의 정확한 규모와 출처 용도 등에 대한 전모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수십 명에 이르는 아라파트의 재정담당 고문도 각자 비자금의 일부분만을 취급했을 뿐이다. 아라파트는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지 못한 채 급작스럽게 상태가 악화해 비자금에 관한 정보를 전달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라파트의 비자금은 주로 외국의 원조에서 나왔다. 산유국을 비롯한 아랍 각국과 비교적 우호적인 유럽국가들이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앞으로 재정지원을 정기적으로 했다.
PLO 재무장관을 지냈던 자위드 알 구세인은 1979년부터 아랍권으로부터 뭉칫돈이 들어오기 시작해 이후 10년간 PLO가 해마다 2억 달러 정도를 받았으며 이중 8,500만 달러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자금이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91년 걸프전이 끝난 뒤에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팔레스타인이 전쟁 중 이라크의 편을 들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세 차례에 걸쳐 1억 5,000만 달러를 제공했다. 아라파트는 이라크 석유 수출권도 얻어 막대한 자금을 마련했다.
97년에는 이스라엘 정부가 1억 5,000만 달러에 달하는 세수(稅收)를 텔아비브에 있는 아라파트 개인 비밀계좌에 송금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PLO는 이외에도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석유 가스 시멘트 공장 등으로부터도 수시로 자금수혈을 받아왔다.
이렇게 모은 비자금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비밀구좌에 분산 예치돼 있다는 게 정설이지만 상당액은 미국 유럽 서아프리카의 벤처 캐피탈에 합법적인 루트로 투자됐다. 아라파트는 수반으로 재직하는 동안 일반 병사와 똑같이 작은 침대를 사용하는 등 본인을 위해서는 돈을 거의 쓰지 않았으며 쓸 기회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비자금에 대한 의혹은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이 1995~2002년 아라파트가 9억 달러를 개인 비밀계좌로 빼돌린 뒤 이 자금이 벤처 캐피탈에 투자했다는 보고서가 나오면서 불거졌다. 2월에는 2002년 7월~2003년 7월 1,500만 달러를 수하 여사 계좌에 입금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정부로부터 탈세 및 돈세탁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아라파트가 개인적인 치부가 아닌 비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의 비밀스러움과 즉흥성 때문에 비난받을 여지가 있다"며 "이 점이 그의 후계자가 직면하고 해결해야 할 정치적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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