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불황 그러나 Hit는 있다!/니혼게이자이신문 지음·황영식 옮김/용오름 발행·1만원일본 나고야역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뼈 없는 생선’을 만들어 파는 라스코재팬의 생선가공공장이 있다. 여기선 흰 앞치마를 입은 남자가 칼과 가위를 들고 도미와 씨름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길쭉한 등뼈를 빼내는 거야 그리 어려울 게 없지만, 문제는 뱃속에 제법 깊숙이 들어있는 잔뼈다. 이때는 핀셋이 동원된다. 마리 당 소요시간은 5분. 모두 15분이면 상자에 골인해 배달 준비까지 완료한다.
‘뼈 없는 생선’은 2000년 4월 노령자보호정책인 개호보험제도 시행과 함께 노인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생선을 공급하자는 아이디어로 출발했다. 최근에는 도시락 등에 쓰기 위해 일반 소비자용 수요도 늘고 있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 쇠고기 수입이 중단됐을 때, 미국산 쇠고기에 의존해 온 쇠고기덮밥 체인점이 핵심 메뉴를 뼈 없는 생선으로 바꾼 것도 성공에 한몫 했다.
불황을 이기는 전통의 공식이 있다. 할인, 친절, 품질…. 하지만 기본은 역시 ‘아이디어’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틈새의 사업, 모두가 안 된다고 생각한 곳에서 길어올린 아이템, 발 빠른 신기술 적용. 지난해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년 동안 연재한 ‘경제탐험’ 시리즈를 묶은 ‘10년 불황 그러나 Hit는 있다!’는 아이디어로 불황을 이겨낸 일본의 참신한 창업 성공사례 42가지를 모았다.
기모노 입은 사람에게 10% 할인하는 택시, 맞춤형 설계 아파트, 고가도로 밑 목욕탕, 무료 쿠폰을 제공하는 쿠폰잡지 등 대박 사업 아이디어들을 소개하면서 군데군데 불황기 일본의 소비 추세, 유행을 함께 소개했다. 특히 불황탈출의 최전선으로 꼽은 ‘외식산업’ 현황은 매달 1만7,000여 곳의 음식점이 문을 닫는다는 우리 외식업계가 눈 여겨 볼 대목이 적지 않다.
시리즈를 썼던 40명의 기자들이 압축한 성공의 5대 법칙은 이렇다. ‘싸면 그만 이라는 식으로는 안 된다’ ‘옛날부터 있던 서비스도 경시할 수 없다’ ‘새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일렬횡대식 (단순)사고와는 결별하라’ ‘성실·신용을 으뜸으로 삼아야 한다’ 성공할 사람은 이 뻔한 이야기 사이에 가물가물 보이는 사업 아이디어를 낚아챌 수 있을 것이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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