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가 12일 정수장학회에 대해 정부 차원의 공식 조사위원회 설치 방침을 밝히자 그 배경과 진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 총리의 발언 방법이나 시기를 볼 때 "여권이 조직적인 박근혜 때리기에 나서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 석상에서 열린우리당 조배숙 의원의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조사위원회 설치 의사를 밝혔다. 조 의원이 "더 늦기 전에 정부차원의 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묻자, 이 총리는 "진상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즉답한 것이다. 당정이 사전에 조율해 거론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올 만하다. 특히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정수장학회 문제를 제기한 조배숙 안민석 두 의원의 질문서가 총리에게 조사위원회 설치 필요성을 묻는 부분에서 문구 하나 틀리지 않았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당정은 사전 조율설을 부인했다. 이 총리의 핵심측근은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원칙론일 뿐"이라며 "조사위원회 설치를 확답한 것이 아니라 검토하겠다는 의미"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우리당 의원들도 "사회·문화분야 질문이기 때문에 언급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평소 치밀한 이 총리의 스타일을 볼 때 정치적 파장이 커질 수도 있는 발언을 무신경하게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국회파행 직후 여야간 긴장도가 높아진 시점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측면에서 의도성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때문에 박근혜 대표에 대한 직접 공격을 통해 정국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맞받기 카드’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이 정치 쟁점에서 다소 멀어진 듯한 문제를 새삼 들고 나왔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우리당내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 정수장학회 진상조사단장인 조성래 의원은 이날 "이미 조사를 완료해,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는 증거 자료들을 일정부분 확보했다"며 "이 달 초순 결과를 발표하려 했으나 발표시기를 좀 더 검토해보자는 지도부의 견해에 따라 기다리고 있다"고 박근혜 대표를 압박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한"정략적 의도" 발끈
한나라당은 12일 이해찬 총리가 정수장학회에 대한 정부차원의 진상조사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할 테면 해보라"면서도 내심 발끈했다.
당사자인 박근혜 대표는 이날 "상관없다"며 짐짓 태연한 반응을 보였다. 박 대표는 여당 진상조사위가 활동 중임을 감안한 듯 "조사해서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정부가 조사위원회를 만들 사항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여옥 대변인은 "여당이 거창하게 조사하겠다고 난리를 쳐놓고 아무 것도 내놓지 못했으면서 정부의 조사는 또 뭐냐"고 비난했다. 한 관계자도 "조배숙 의원이 그런 질문을 한 것도 그렇고, 기다렸다는 듯이 이 총리가 정부의 조사방침을 답변한 것이 석연치 않다"며 "정략적 의도가 있는다"고 주장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