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디트-의적의 역사 /에릭 홉스봄 지음각국에서 전해지는 의적(義賊)신화를 추적하고 있다. 멕시코 산적 판초 비야, 불가리아의 히토프,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제임스 형제, 영국의 로빈 후드, 수호지 양산박, 멕시코의 사파티스타 등의 신화가 만들어지는 원인과 과정, 시대적 배경과 민중의 심성을 다룬다. 저자 홉스봄은 영국의 유명한 좌파 역사학자. 그는 의적이 잠재적인 권력의 행사자이며 잠재적인 반란군으로서 시간적·공간적 상황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진다고 보고 의적의 이미지와 형태, 이를 가능하게 한 정치적·경제적 요소를 파고든다. 600여년 전부터 오늘날까지도 등장하는 의적의 역사를 통해 정의가 과연 무엇인지를 뒤돌아보게 한다. 홉스봄은 "인간에게는 정의에 대한 그칠 줄 모르는 갈망이 있다"며 앞으로 의적의 역사와 신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시사한다. 이수영 옮김. 민음사 1만5,000원.
●미국헌법과 민주주의 /로버트 달 지음
C. W. 밀스의 권력엘리트 이론에 맞서 다원주의를 옹호하는 미국의 원로 정치학자 로버트 달이 미국 헌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연방제, 양원제, 사법부의 법률심사권, 대통령 선거인단 등의 조항이 민주주의와 헌정체제의 이상과 크게 어긋난다는 것. 대표적으로 대통령선거인단 제도는 모두 유권자의 평등한 대표성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2000년 대통령선거에서 앨 고어 후보가 조지 W 부시를 전체 득표에서 수십만표 앞서고도, 플로리다주에서만 수백 표를 뒤져 결과적으로 대통령에 오르지 못한 사례를 목격한 미국 지식인들의 우려가 담겨있다. 이처럼 미국의 민주주의 이론과 헌정체제의 모순된 현실을 점검한 후 저자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의지와 정치적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상훈 등 옮김. 후마니타스 1만5,000원.
●움베르토 에코 평전 /다니엘 시페르 지음
오지랖 넓은 지식편력으로 총체적 이해가 어렵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사상가인 에코의 지성을 평전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그의 지적 생애를 미학적 단계, 기호학적 단계, 문학적 단계의 3단계로 나누고, 그 안에서 서로 연관성을 찾아 가면서 그의 저작 전체를 아우르는 통일성을 부여하고 있다. 에코가 끈질기게 관심을 가졌던 ‘백과사전’ ‘도서관’ ‘미궁’ 등의 개념도 실체를 드러낸다. 함께 출간된, 에코가 20대 후반에 쓴 칼럼집 ‘작은 일기’(이현경 옮김)’는 당대 가치에 대한 세대를 초월한 패러디로 서늘하고 통쾌한 지적 쾌감을 선사한다. 임호경 옮김. 열린책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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