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그제 발표한 ‘학생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 조사결과는 막연하게 생각했던 ‘학력세습’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지난 4월부터 5개월동안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1만3,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중학교의 경우 월 300만원 이상 소득 가구의 비율이 성적 상위권 44.1%, 중위권 31%, 하위권 26.5%로 나타났다. 또 아버지 학력이 4년제 대학 이상인 경우가 상위권 37.6%, 중위권 25.7%, 하위권 15.8%로 상위권 비율이 하위권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일반고도 비슷해 아버지가 4년제 대졸 이상의 상·중·하위권 비율이 각각 33.1%와 27.6%, 22.9%였다.
부모의 소득과 학력이 높을수록 자녀의 학업성적이 뛰어나다는 것을 이번 조사는 보여준다. 지난달 국민은행연구소에서도 올 2·4분기 극빈층과 부유층 간 교육비 지출 비중 격차가 외환위기 이래 최대치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부유층은 교육비 지출을 늘린 반면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저소득층은 교육비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교육이 더 이상 계층상승의 기능을 하는 게 아니라 계층 재생산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옛말인 셈이다. 가정배경이 학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각국의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우리 같은 학벌중심의 구조에서는 사회적 파장이 훨씬 심각하다. 그만큼 대책마련도 시급하다.
불평등한 교육을 통한 빈곤의 대물림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원론적이긴 하지만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는 게 우선이다. 대입 특별전형과 지역할당제 확대 등 교육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도 고려해야 한다. 교육소외 계층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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