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와 원화 환율 급락 등 기업들을 둘러싼 외부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내부적으로 어느 때보다 더 긴장의 고삐를 바짝 죄며 ‘위기 경영’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위기경영의 선봉장은 윤종용(사진) 부회장. 윤 부회장은 삼성전자 사보 11월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지금은 초일류로 가느냐, 그렇지 않으면 추락하느냐의 중대한 기로"라며 "어느 때보다 강한 위기의식을 갖고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상 최고의 실적 행진을 이어갈 때도 "실적이 좋으면 착시현상이 생겨 오만해지고 방심하게 된다. 잘 나갈 때가 가장 위험한 때"라며 위기의식을 강조해온 윤 부회장이지만,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무게가 실려있다는 것이 내부의 평가다.
윤 부회장은 특히 이 글에서 "삼성전자는 지속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휴대폰, 액정표시장치(LCD) 등 3대 사업이 매출의 60%를 차지하고 있어 외부 여건에 따라 성과가 좌우될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며 나름대로의 ‘약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 잘 나가는 사업도 5년, 10년 후에는 없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 엔진을 지속적으로 발굴, 육성해야 한다"며 신성장 모멘텀 확보와 혁신 가속화 등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고유가와 춤추는 환율 때문에 내년 경영계획의 ‘밑그림’조차 그리기 어려울 만큼 경영 환경에 먹구름이 몰려오자 본사는 물론 각 사업장별로 비용절감 노력을 배가하는 등 내부적으로 ‘비상경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월초로 반도체 진출 30주년을 맞지만 사내 행사만 치르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반도체 사업이 차지하는 위상과 ‘30’이라는 숫자의 상징성 등을 감안해 대대적으로 행사를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잔치를 벌이기 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사내행사만 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 3·4분기까지 사상 최대인 10조4,84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삼성전자가 이처럼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은 환율, 유가 등 대외적 변수 뿐만 아니라 ‘캐시카우’인 반도체와 LCD의 가격하락 등 대내적 변수도 안심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계 경제 하락세와 더불어 주력사업의 시황 악화, 경쟁업체의 본격적인 견제 등 내년에는 경영을 위협하는 요인이 어느 때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다각도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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