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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제버릇 못버린 ‘막말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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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제버릇 못버린 ‘막말 국회’

입력
2004.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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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임마! 뭐 하는 거야!" "조용히 못해?" "잠자코 들어 봐!" "들을 말을 해야 들을 거 아냐!"어디서 오고 간 대화일까. 이 물음에 ‘국회’라고 답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국회가 욕설과 고함이 난무하는 난장판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짐작대로 이런 막말들은 12일 국회의 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나왔다.

불씨를 던진 건 김덕규 국회부의장이었다. 그는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이 질문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하는 도중 여야가 충돌하자 마이크를 꺼버렸다. 한나라당이 항의하자 김 부의장은 "마이크가 오작동으로 꺼졌다"고 했다가 "끄라고 지시했다"고 말을 바꾸었다.

본회의장은 "거짓말 한 부의장 사과하시오"(한나라당) "조용히 해"(우리당) 등 고성과 삿대질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여야 원내대표단 10여명은 단상에 올라 말싸움을 벌였고, 의원 중 일부는 대정부질문 책자를 집어 던졌다.

"의장이 사과할 때까지 퇴장하자"(한나라당 김형오 사무총장) "너희가 국회 경위야? 제복 갖다 줘?"(우리당 선병렬 의원) "왜 부의장에게 아부 하냐"(한나라당 심재철 의원) "아부라니 그 따위 무식한 얘기를 하느냐"(우리당 김영춘 원내수석부대표) 등 막말의 수위는 도를 넘었다.

이런 난장판은 김 부의장이 마이크를 끈 것을 사과할 때 까지 20여분 간 계속됐다. 대정부질문이 ‘국민을 대신해 정부의 잘잘못을 따지는 절차’라는 사실을 의원 대부분이 까맣게 잊은 듯 했다. 이 추한 삽화를 보면서 ‘시장판 같은 국회’가 아니라 ‘국회 같은 시장판’이라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문선

정치부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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