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화는 서울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서울 집중화의 역사는 길다. 시골에 살았던 내가 방학 때 서울에 와서 느끼는 문화적 충격은 시골에서는 볼 수 없는 방송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부럽기 그지없었다.지금이야 전국 어디서나 같은 방송을 볼 수 있지만, 새로운 정보의 불균형은 아직도 건재하다. 방송의 주된 소재가 서울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전국방송이라는 것을 까먹은 듯, 방송은 서울 날씨를 주된 소재로 삼는다. "내일 우산 준비하셔야 하겠습니다"라는 단정적 멘트는 서울에만 비가 내리는 경우에도 사용된다. 대학 관련 뉴스가 나오면 화면은 거의 대부분 서울소재 대학 캠퍼스만 비춘다. 취재의 편의상 이뤄지는 관행이지만, 전 국민이 보는 방송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지방의 뉴스가 화제가 되는 경우에도 지역민의 관점보다는 서울 중심의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부안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건설 관련 뉴스다. 지역민의 생존이 달린 문제가 지역이기주의로 쉽게 매도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최근 수도 이전을 둘러싼 여론의 엇갈림을 보면서 반대의견에는 혹시 수도권에 살고 있는 국민들의 자기중심적 시각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웠다.
문제는 집중이 아닐까 싶다. 서울이 움직이면 모든 것이 바뀐다는 생각 때문에 수도권이나 충청권이나 수도 이전을 둘러싸고 논의가 더 뜨거웠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지금까지 서울이 가지고 있는 우월적 독점성을 반증한다. 골고루 발전하고 함께 잘 사는 사회, 그 첫걸음은 지나치게 큰 서울을 조금은 작고, 여유롭게 만드는 데서 시작된다. 지방분권을 경험하지 못한 우리사회의 생경함을 다시 한번 들여다볼 때다.
홍경수 KBS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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