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특별법 시행 50일을 하루 앞둔 11일 새벽 모텔과 유흥업소가 빽빽이 들어찬 서울 강남구 역삼동 골목. 길 양쪽으로 길게 주차돼 있는 차량에는 불법 성인광고 전단지 수십개씩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사진). 명함 크기로 제작된 전단지에는 반라에 가까운 여자들의 사진을 배경으로 ‘출장마사지’ ‘이벤트 마사지’ 등 성매매를 암시하는 선정적인 광고 문구와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었다. 한 전단지의 연락처로 전화를 하니 젊은 남자가 "모텔 등에 방을 잡고 연락을 달라"며 "간단하게 마사지 받고 ‘2차’까지 하는데 8만원"이라고 했다. 성매매 특별법 탓에 단속에 걸리지 않느냐고 묻자 "이젠 뜸해져서 괜찮고 단속 나오면 모텔에서 잘 처리하니 안심하라"고 말했다.성매매 특별법 시행에 따른 성매수자 집중단속과 유영철 연쇄 살인사건 이후 잠잠했던 ‘광고 전단지를 통한 성매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7월1일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성인광고 전단지를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한 지 5개월도 채 되지 않았고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지 고작 50일이 지났을 뿐이지만 단속 기관들의 허술한 관리를 틈타 우후죽순처럼 다시 번지고 있는 것.
성인광고물에 대한 단속권한은 청소년보호위원회, 경찰, 시·군·구 등 기초단체가 나누어 갖고 있다. 하지만 사법 경찰권이 주어져 있는 청보위의 중앙점검단과 지자체 단속 담당부서는 인력부족 등의 이유로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청보위 관계자는 "성인용 광고 전단지를 돌리면 형사처벌된다는 사실을 홍보하고 있지만 중앙점검단은 다른 청소년 보호 업무에 신경을 쓰느라 불법 광고물 단속에까지 나설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 단속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 경찰에 따르면 7~10월 성매매 전단지 관련 단속 건수는 124건이나 청보위의 유해매체물 지정 직후 이뤄진 7월8~21일 단속에서 54건, 전화방 여성을 범죄 대상으로 삼은 유영철 사건이 알려지고 난 뒤 실시된 7월21일~8월3일 단속에서 70건 등 두번의 단속기간에만 집중됐으며, 8월21일 이후에는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고교 2년생 딸과 중학교 3년생 아들을 두고 있는 이모(46)씨는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할 때 우리 차에 끼어져 있는 광고 전단지를 볼까 두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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