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시작되는 노무현 대통령의 남미 ABC 3국(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방문은 우리 사회의 남미를 보는 눈을 새로 뜨게 하는 전기가 되었으면 한다.우리에게 남미는 어떤 곳인가? 남미에 대한 관심은 1960년대 농업이민과 더불어 시작됐지만 농업이민이 실패로 끝나면서 시들어 갔다. 그러다가 80년대 종속이론이 수입되면서 남미는 정치경제학적 관심 대상으로 잠시 떠올랐으나 곧 포퓰리즘 속에서 불평등과 저개발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는 낙후된 대륙 정도로 치부되면서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그러나 일본은 100여 년 전부터 남미 자원의 풍성함에 눈을 크게 뜨고 일본인들을 보내 일본 열도보다 더 넓은 면적의 토지를 매입했다는 풍문이 나돌 정도로 자원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중국도 날로 부족해지는 콩 등 곡물자원과 광물,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해 최근 남미에 대한 자원 외교를 바짝 서두르고 있다.
우리는 자원빈국이면서도 남미가 가진 풍부한 자원의 탐사와 개발, 이용에 참여하기 위한 국가적 전략 하나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고, 오히려 ‘남미병’, ‘반면교사’ 운운하며 남미를 얕잡아 보아 왔다.
최근 들어 남미도 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유럽과 북미만을 중시해 온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2003년에 새로 출범한 룰라와 키르흐네르 정부는 경제 발전을 위한 새로운 파트너로서 아시아와의 관계를 중시하고 ‘아시아로 가자’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이번 노 대통령의 남미 ABC 3국 방문은 그래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존재를 이곳에 바로 알리면서, 우리의 남미에 대한 잘못된 시각도 바로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농수산, 광물 및 에너지 자원 외교와 함께 문화 외교를 통해 그동안 소원했던 교류협력관계를 활성화시킬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4월 발효한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태평양을 건너 남미대륙의 태평양 연안국인 칠레에 상륙했다. 그러나 칠레는 남미라는 거대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의 실체를 보기 위해서는 안데스산맥을 넘어야 한다.
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우리가 안데스를 넘어 자원부국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물론 미래의 거대시장으로 모습을 갖추어가고 있는 남미연합을 바로 보고 남미에 진출하는 새 출발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최양부 주아르헨티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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