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와 앨리스’에서 이와이 순지 감독의 소녀적 감성을 가장 도드라지게 보여 주는 장치는 주인공 하나(스즈키 안)와 앨리스(아오이 유우)가 추는 발레다. 하얗게 빛을 발하는 튀튀를 입고 연습실 구석구석을 나풀거리는 소녀들은 만화 주인공처럼 예쁘다. 오디션을 보러 간 앨리스가 미니 스커트를 입고 토슈즈 대신 종이컵을 발 끝에 고정시킨 채 하늘을 날 듯 춤추는 모습도 종반부를 장식하는 예쁜 장면이다.평소 짝사랑 하던 선배 미야모토가 벽에 머리를 부딪혀 잠시 기억을 잃자 하나(스즈키 안)는 "우리 원래 사귀던 사이였어요. 기억 안 나요?"라고 거짓말을 한다. 친구의 거짓말을 도와 주던 앨리스는 어느 새 미야모토를 사랑하게 되고 단짝 친구와 삼각관계에 빠진다.
우리 드라마가 너무도 사랑하는, 영화 ‘내 머리 속 지우개’에서는 알츠하이머라는 병으로 업그레이드까지 된 기억상실 소재로 이렇게 귀여운 영화를 만들 수도 있구나 싶다. 감성을 자극하는 귀여운 에피소드와 소품도 끊임없이 등장한다.
"남의 기억을 들춰내는 데 천재"라는 평처럼 이와이 순지 감독은 어느 순간 숨어 있는 사랑의 기억을 들춰 낸다. 지하철이 역에 서 있는 동안 뒷문으로 들어가 앞문으로 내리며 장난친다거나, 심각한 얘기를 하다가도 디지털 카메라를 들이대면 자동으로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만들어 보이는 등 영화가 그려내는 두 친구의 우정은 아기자기 하다.
소녀적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지만 ‘하나와 앨리스’ 속 사랑은 10대가 성장통처럼 겪는 풋사랑은 아니다. 어린소녀들이 그려내는 조용하면서 떠들썩한 사건들은 연애의 본질을 담고 있다. 그것은 거짓말. 거짓말을 해서라도 얻어내고 싶은 게 바로 사랑인 것이다. 청소년 관객을 겨냥해 수능일인 17일 개봉한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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