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9월 중순 이후 두 달 가까이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10월 하순 800선까지 떨어졌던 종합지수는 지난달 말부터 연기금과 비차익 프로그램 매수 등이 유입되자 다시 올라 840~860포인트 사이에서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이 떠난 자리를 기관이 메우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관이 선호하는 중소형주 중심으로 52주 신고가 종목이 연일 40~50개씩 나오는 등 화려한 종목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연기금 8월 이후 1조원 순매수=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팔자’에 나선 9월 15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거래소에서 무려 2조292억원이나 순매도했다. 개인 투자자들도 6,858억원 매도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기관은 1조409억원 순매수했다. 특히 연기금은 6,505억원어치를 순매수해 가장 큰 매수 세력으로 부상했다.
연기금이 주식 투자를 급격히 늘린 8월 초부터 계산하면 누적 순매수 금액이 1조원이 넘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예정 물량이 남아 있고, 내년에는 주식 투자 금액을 올해보다 더 늘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키움닷컴증권의 유경오 리서치팀장은 "주식시장의 유통 물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연기금의 주식시장 참여와 우량주 매수가 계속된다면, 연기금이 주식 시장의 안전판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외국인과 함께 상승의 주체가 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비차익 프로그램 매매, 수급 주체 등장=이달 들어 주식 시장이 다양한 대외 변수 때문에 관망세를 보이자 프로그램 매매에 휘둘리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장중 선·현물간의 가격차이에 따라 급격한 변화를 보이는 차익 프로그램 매매보다는 기관투자자가 15개 이상의 종목에 동시 매매주문을 내는 비차익 프로그램 매매에서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돼 주목을 받고 있다.
LG투자증권의 강현철 연구원은 "지난달 28일 이후 비차익 프로그램 매매의 누적 순매수 금액은 4,900억원에 이르며, 특히 10일 연속 일평균 500억원대의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 연구원은 "비차익 매수가 대부분 연말의 배당 투자를 노린 인덱스 펀드의 성격이 강해 12월 트리플 위칭데이 전까지는 꾸준히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 전망했다.
◆배당관련주, 중소형 우량주 선호=굿모닝신한증권의 김중현 연구원은 "8월 이후 연기금 순매수 상위 종목은 방어적 성격이 높고, 배당수익률이 높거나 내수 관련주로 구성됐다"고 분석했다.
SK증권의 현정환 연구원은 "최근 기관이 지속적으로 순매수하고 있는 종목은 배당 관련주나 저평가 소외 종목군, 원화강세 수혜주 등이며,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도 다수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화강세와 배당 매력이 부각된 한국전력은 연기금이 지난달 28일 이후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순매수했으며, 이 기간 동안 주가가 2만1,550원에서 2만3,850원으로 10.6% 올랐다. 지주회사로 자산가치가 부각된 LG도 연기금이 같은 기간 세 번째로 많이 순매수했으며 주가도 19.3%나 상승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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