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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커버스토리-기상천외 복장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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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커버스토리-기상천외 복장 파티

입력
2004.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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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들이 웬 음주가무냐구요? 당장 학생주임실로 오라구요? 자자, 흥분하지 마세요. '무늬만 고딩'이랍니다. 어엿한 성인들이 클럽에서 파티를 즐기는 거예요. 그런데 옷차림이 왜 그러냐고요? '교복파티'거든요. 장롱에서 소매가 뽀얗게 닳은 옛 교복을 꺼내 입든지, 이웃집 남학생에게 빌리든지, 하다못해 여동생 학생화나 아버지 넥타이를 빌려 매더라도 학생처럼 보이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하고 많은 옷 중에 왜 하필 교복이냐고 다시 물으시겠지요. 이유는 없어요. 그저 재미죠. 아, 굳이 생각해보면 이런 게 있겠네요. 학창시절, 교복 입고는 죽어도 못하던 일들 참 많았잖아요. 그땐 왜 그렇게 '19세 이상 관람가' 영화를 보고싶었는지, 게임룸이나 맥주바는 또 어찌나 유혹적이던지.

교복파티에서는 교복차림으로는 꿈도 못 꾸던 일탈행위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규율과 통제의 상징이었던 교복이 해방의 도구가 되는 대반전의 순간이지요. 흥겨운 음악소리가 이렇게 외치는 것 같지않습니까. '옷(교복)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교복뿐이 아닙니다. 올해는 곳곳에서 코스튬 파티(Costume Party·특정한 옷차림을 주제로 하는 파티)가 열리고 있습니다. 파티도 진화중이거든요. 오로지 와인잔에 의지해 사교에 나서는 게 어색한 분들, 발랄한 아이디어가 만발하는 코스튬 파티로 오세요. 옷이 날개는 못될지라도, 당신의 숨은 끼를 맘껏 발산하는 통로 역할은 톡톡히 할 테니까요.

/글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사진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 복장 파티 | 왜 인기몰이 하나

파티문화가 확산되면서 파티도 전문화, 개성화하는 추세다. 올해는 특히 코스튬 파티(Costume Party)가 파티 마니아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대표적인 코스튬 파티인 할로윈 파티의 경우 지난달 30, 31일 이틀에 걸쳐 서울시내에서만 30여 곳에서 파티가 개최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 7월 강남 노보텔호텔 지하클럽에서 개최된 비키니 파티에는 ‘비키니를 입어야 한다’는 파티규정에 맞춰 비키니 수영복에 랩을 두른 여성들이 파티를 뜨겁게 달궜다. 교복 파티는 현재 대학가의 가장 인기있는 파티가 됐고 클럽이 주최하는 중국 파티 등 코스튬 파티도 줄을 잇고 있다.

코스튬 파티는 말 그대로 특정한 복장을 갖추고 하는 파티다. 일반적인 파티가 짝짓기 혹은 사교의 장인 반면 코스튬 파티는 스스로 즐기는 자기만족적 측면이 강하다. 귀신복장을 하는 할로윈 파티나 비키니 수영복을 입는 비키니 파티, 교복 파티, 잠옷을 입는 파자마 파티 등이 대표적이다.

코스튬 파티의 장점은 참가자들이 파티 며칠 전부터 복장규정에 맞춰 옷을 준비하고 액세서리를 만드는 등 능동적으로 참가하면서 파티의 흥분과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참가자들의 옷 색상 정도를 드레스코드로 던져주는 밋밋한 일반 파티에 비해 파티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 "독특한 의상을 입음으로써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의외성의 즐거움’이 크다"고 파티 기획가이자 청담동 파티문화공간 ‘어바웃’ 대표 설재학씨는 말한다.

1,2년전부터 할로윈 파티가 크리스마스 파티를 압도할 만큼 인기를 얻고있는 것도 코스튬 파티라는 특성에서 나왔다. 파티전문기획사 넥스트모션 정민철 팀장은 "크리스마스엔 한명의 산타만 필요하지만 할로윈에서는 참가자 모두가 귀신복장을 하며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튬 파티는 코스프레와도 차이가 있다. 코스프레가 주로 일본만화나 애니메이션, SF동호회를 중심으로 주인공 캐릭터를 그대로 흉내낸 복식을 만들어서 입고 콘테스트를 하는 등 ‘누가 더 완벽하게 재현했는가’에 초점을 두는 것과 달리 코스튬 파티는 같은 교복이나 인도복장이라도 ‘누가 더 개성적으로 입었나’가 포인트다. 참가자들이 서로의 복장 아이디어를 뽐내고 정보를 교환하면서 자연스럽게 옷입기의 재미를 만끽하고 더불어 자연스러운 대화통로를 마련한다.

정 팀장은 "파티문화가 많이 정착됐지만 코스튬 파티의 경우 이제 태동단계"라면서 "다만 옷입기를 좋아하는 국민성이나 전국 100만 개에 달하는 코스프레 동호회를 감안할 때 그 주축인 고등학생들이 본격적인 성인대열에 합류할 멀지않은 미래엔 코스튬 파티가 완전 정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4일 밤 홍대 앞 클럽 M2. 오후 6시 30분에 시작된 파티는 밤 10시쯤 절정을 이뤘다. 복층 구조의 홀을 발 디딜 틈 없이 꽉 채운 900여명의 군무는 장관이었다. 고막을 뚫을 듯 하우스 뮤직이 울려 퍼졌고 디제이의 스크래칭이 있을 때마다 환호성이 천장을 갈랐다. 공기는 거친 숨소리와 땀냄새로 후끈 달궈졌다. 현란한 사이키 조명이 바닥을 핥을 때면 갈래머리 여고생의 하얀 칼라가 형광색으로 빛났고 남학생의 교복모자에 붙은 교표는 번쩍 빛을 반사했다. 어! 미성년 중고등학생이 웬 클럽 출입이냐고? 걱정을 마시라, 여기는 대학가 최고의 인기 파티, 이른바 ‘교복파티’의 현장이다.

"2002년에 처음 교복파티를 열었는데 놀라운 건 참가자의 90% 이상이 정말 교복을 입고 온 거예요. 한?사람들이 파티문화엔 좀 소극적이라 반 정도만 입고와도 다행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웬걸, 그냥 파티가 아닌 교복파티라니까 더 재밌어하더라구요." 교복파티 기획자인 이화여대 재학생 중심의 온라인포탈 이화이언닷컴 임효진씨의 말이다.

‘무늬만 중딩 고딩’인 대학생들이 대부분인 교복파티는 술과 음악, 춤, 사교가 있는 것은 여느 파티와 다를 바 없다. 다만 모든 참가자는 반드시 교복을 입어야 한다. 교복이 없다면 최대한 ‘교복스럽게’ 연출해야 한다. 아버지의 넥타이가 교복 넥타이 대신 동원되는 것은 기본. 이웃집 고등학생의 옷을 빌려 입거나 흰 블라우스에 흰 목양말, 주름치마로 최대한 스쿨걸, 스쿨보이룩을 연출하는 등 아이디어도 만발한다.

매년 가을에 한번 열리는 교복파티를 1회 행사부터 빠지지않고 참가했다는 백은희(22)씨는 이날 아르바이트로 가르치는 학생의 교복을 빌려 입고 왔다. 길게 늘인 퍼머머리에 꼭 끼는 조끼와 블라우스, 교복치마 차림이 영 어색해보이지만 본인은 신경 쓰지 않는다.

백씨의 초등학교 동창생으로 올해 처음 교복파티에 참가했다는 김진우(23)씨는 자신의 집 2층에 사는 고 3생의 옷을 빌려 입었다. 고교 졸업 후 바로 군대에 갔다 오느라 학창시절 기억도 다 지워졌는데 비록 남의 교복이지만 교복을 입고 보니 감회가 남다르다. "뭔가 새롭고, 다시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랄까요. 껄렁한 고등학생 흉내 내보는 것도 참 재밌구나 싶네요."

방소현(20)씨는 올해 대학문을 들어선 04학번. 졸업한 지 얼마 안돼 교복은 갖고있었지만 부산 집에 있는 게 문제였다. "엄마한테 (교복을) 부쳐달라고 해서 입고 왔어요. 엄마가 이름표까지 달아서 보내줬거든요. 맏딸이 서울에 혼자 떨어져 소심해질까 봐 걱정하셨는데 교복파티 간다고 했더니 저보다 더 좋아하시던걸요."

방씨는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교복을 준비했다가 화장실이나 친구 자취방 등에서 갈아입고 오는 것과 달리 이날 온종일 교복을 입고 돌아다녔다. "수업도 교복을 입은 채 들어갔는데 교수님하고 아이들이 다 웃고 난리였어요. 아, 나도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구나 싶은 게 재밌던데요."

중국 문학을 전공한다는 김지은(20)씨는 흰 양말과 하얀 블라우스에 검정 치마 차림. 급조된 티가 역력했지만 본인은 "교복이 없으니까 최대한 스쿨룩을 연출했다"며 "오히려 신선하지 않아요?"라며 웃는다.

교복파티 참가자들은 이 파티의 최대 매력으로 ‘교복이 주는 해방감’을 꼽는다. 규율과 통제의 상징인 교복이 해방이라니? 중고등학교 내내 교복에 갇혀있었던 게 지겹지 않았을까?

"고등학교때 정말 규율이 엄했거든요. 흰 양말도 꼭 두 번 접어서 신어야 하고 치맛단이 무릎 위로 올라가면 안되고 머리카락도 풀면 안되고 갈래머리도 안되고 꼭 하나로 묶어야 하고…. 그런데 막상 졸업하고 보니까 아련한 향수도 있어요. 더구나 지금 입는 교복은 내 맘대로 입어도 되잖아요. 학생주임한테 혼날 일도 없고, 하하" 방소현씨 말이다.

교복의 통제가 심했던 만큼 교복파티에서는 일탈의 즐거움도 증폭된다. 백은희씨는 "교복 입고는 절대 못하던 일을 여기선 할 수 있거든요. 생각해보세요. 고등학교 때 교복 입고 술집에 가서 춤추고 놀면 바로 정학, 퇴학이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교복 입고 뭐든 할 수 있어요. 해방감, 금지됐던 것을 할 수 있다는 일탈의 즐거움, 그런 게 크죠" 라고 말한다.

‘교복’이라는 주제 아래 각양각색의 사람이 모이기 때문에 파티 참가자들 사이의 동질의식도 크다. 자칭 교복파티 마니아인 신미영(22)씨는 "다른 파티는 춤이나 부킹이 주가 되니까 내숭을 떨게 되고 다 비슷비슷해요. 반면 교복파티는 부킹이 아니라 ‘옷’이 주제가 되니까 더 솔직하다고 할까요. 학창시절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서인지 참가자들이 모두 하나가 되서 일종의 커뮤니티를 형성한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라고 말한다.

파티는 밤 11시를 넘어서면서 주최측의 안전귀가 당부와 함께 막을 내렸다. 그러나 교복 셔츠에 땀이 흥건히 밴 파티고어들은 아쉬운 듯 발을 떼지 못했다. 몇몇 ‘무늬만 고딩’들이 "교복파티 더 자주 하자"며 ‘더 자주, 더 자주’ 구호를 외쳤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 복장 파티 | 참가하고 싶으세요?

코스튬 파티에 가고 싶어도 어디서 하는지 몰라 갈수가 없다? 인터넷이 해결해 준다. 신생 인터넷검색사이트 파란닷컴은 국내 검색사이트로는 유일하게 파티 포털을 운영하고 있다. www.paran.com으로 들어가 검색창에 ‘파티’를 치거나 www.party.paran.com 으로 바로 들어가면 된다.

홍대입구는 물론 압구정동, 강남역 주변, 청담동 등 서울시내는 물론 수원 부산 광주 등 지방에서 열리는 각종 파티 일정과 정보, 입장료, 파티공연장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보통 파티의 입장료는 1만~2만원선, 가장 비싸다는 청담동 지역 바에서 열리는 파티는 4만원 정도를 받는다. 입장료에는 맥주 1~2병이 공짜로 제공되기 때문에 굳이 술이 목적이 아니라면 1만원 정도로 춤과 음악, 사교를 두루 즐길 수 있는 파티가 수두룩하다. 파티 주최측에 따라서는 입장권을 예매할 경우 30%까지 할인해주기도 하므로 자주 정보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 복장 파티 | 파티기획자 설재학씨가 말하는 연출법

"파티가 별 건가요. 우리 말로 하면 ‘잔치’죠.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한번 재미있게 놀자는 마음만 있으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흥겨운 코스튬 파티를 열 수 있어요."

파티기획자 설재학씨는 "가까운 사람들끼리 모일수록 일반 파티 보다는 코스튬 파티가 제격"이라고 말한다. 선남선녀의 사교가 목적이기 보다는 평소 과묵했던 삼촌이나 근엄한 선배의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고 또 보여주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 연말연시 집에서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흥겹게 어울릴 수 있는 코스튬 파티 연출법을 들어본다.

1. 파티 테마는 구체적으로 잡는다

"보통 드레스 코드를 ‘레드’ ‘골드’ 등으로 잡는데 이건 너무 모호하고 밋밋해요. 차라리 영화 ‘매트릭스’나 ‘토요일 밤의 열기’ 등 누구나 연상할 수 있는 대중문화를 코드로 잡거나 ‘넥타이’ ‘할머니의 날’ 등으로 구체적으로 잡아주면 좋아요. 아마 온갖 종류의 넥타이들이 다 등장할 걸요."

2. 초대장으로 승부한다

"연말연시 사소한 모임부터 동창 회식까지 온갖 종류의 파티가 벌어지잖아요. 그 많은 자리를 마다하고 내 파티에 사람들이 꼭 오고 싶게 만들려면 미끼가 좋아야지요. 초대장은 파티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도구예요. 받아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설레고, 뭔가 엉뚱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을 줘야 해요. 가족파티라도 초대장을 꼭 만들고 파티 주제에 맞는 재미있는 사진이나 스티커를 붙여 보내면 좋아요."

3. 소품을 준비한다

"아무리 파티 테마를 명기해도 꼭 안하고 오는 사람이 있거든요.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미리 소품을 준비해주면 금상첨화죠. 파티 테마에 맞는 모자나 선글라스, 스카프 등 사소한 것인데 평소 옷차림 그대로 온 사람들에겐 이 소품들을 씌워주는 거예요. 전체적인 느낌이 확 살아나죠."

4. 조도를 낮춘다

"코스튬 파티는 평소 못하던 것을 시도하는 데서 재미를 찾는 데 조명이 너무 환하면 어색해져요. 집에서 파티를 할 때 가능하면 조명을 좀 어둑하게 해놓고 조도 조절이 안될 경우는 촛불을 켜는 등 아이디어를 동원하는 것이 좋아요."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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