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 산하 국제교류진흥원에서 정부초청 장학생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모씨는 며칠 전 외국인 학생의 장탄식을 들었다. 국제교류진흥원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아 한국사 전공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 학생이 "한국 학생도 박사학위를 받는 데 길게는 7년이 걸린다는데 4년 안에 모두 끝마쳐야 하니 마음이 답답하다"고 상의해 온 것. 하지만 이씨는 별다른 도움을 줄 수 없었다. 외국인이 학위를 받기 위해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이 최대 4년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터키인 술탄 훼라 아크프나르씨가 체류기한을 연장하지 못해 터키로 돌아간 후 한국을 공부하기 위해 입국한 외국인 학생들의 체류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학·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은 중국인 2,054명, 미국인 717명 등 모두 4,581명. 이들은 4년 이내에 모든 과정을 마쳐야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특히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의 경우 대학원 수료 후 남은 기간인 2년 내에 논문심사를 통과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다. 국문학 박사과정에 있는 한국인 박모씨는 "우리도 2년 안에 박사논문을 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한국어가 낯선 외국인의 경우라면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 탓에 외국인 유학생들은 체류기간이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간 뒤 논문을 준비해 관광비자 등으로 재입국, 학위를 취득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 학생이 더 체류해야 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경우 자체적으로 6개월 정도 체류기간을 연장해 주고 있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 학생들이 제출한 서류를 검토한 후 이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담당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생을 가장해 입국해 불법취업을 하는 경우도 많아 이를 걸러내기도 쉽지 않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조사과 인원 30명으로는 국내에 체류하는 불법 이주노동자 20여만명을 단속하는 것도 벅차다"면서 "서류의 신빙성에 대한 확신도 없이 무작정 체류기간을 늘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제교류진흥원 관계자는 "체류기간이 짧은 탓에 주로 한국어에 능통한 학생에게만 장학금을 주고 있다"며 "공부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충분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거쳐 체류기간을 늘리고 출입국관리소의 담당 인원을 충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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