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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국판 '쉘 위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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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국판 '쉘 위 댄스’

입력
2004.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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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는 달콤한 유혹이다. 흥행을 위해서라면 지옥이라도 찾아갈 할리우드 사람들에게 작품성이나 흥행에서 검증된 이야기는 외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리메이크를 거저먹기라고 생각하면 오산. 익숙한 이야기인 만큼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줘야 관객을 끌 수 있다.자칫 하다가는 본전도 못 건지고 망신당하기 십상이다. 그 대표적 예가 알프레드 히치콕의 명화 ‘사이코’(1960년)를 리메이크한 구스 반 산트의 ‘사이코’(1998년). 히치콕을 정신적 스승으로 받드는 구스 반 산트 감독이 원작의 쇼트 등 세밀한 부분까지 철저히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감독의 작가성이 의심 받을 정도의 참혹한 결과를 남겼다.

일본 영화 ‘쉘 위 댄스’(수오 마사유키 감독·1996년)의 미국 버전 ‘쉘 위 댄스?(Shall We Dance?)’는 원작 제목을 그대로 사용한 데서 엿볼 수 있듯이 모범생처럼 원작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따분한 일상에 지친 중년의 유부남 클라크(리처드 기어)가 퇴근길 전철 안에서 볼룸댄스 교습소 창가에 서있는 신비의 여인에게 끌리는 도입부는 원작과 카메라 앵글까지 똑같다. 과거의 상처 때문에 꿈을 지우고 살아가는 강사 폴리나(제니퍼 로페스), 춤을 삶의 버팀목으로 삼고 있는 중년 여인 바비(리사 앤 월터), 열등감 해소를 위해 춤을 추는 대머리 직장동료 링크(스탠리 투치) 등 등장인물의 설정과 성격도 원작의 판박이다.

춤을 매개로 한 인물들 사이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그들이 삶의 활력을 얻어가는 과정을 풀어가는 방식도 그대로다. 춤바람 난 클라크가 업무를 하면서 스텝을 밟는 장면, 가발이 벗겨져 링크의 모습이 클라크에게 들키는 장면, 클라크와 링크가 회사 화장실에서 춤 연습을 하다 졸도 해프닝을 벌이는 에피소드 등은 너무 한다 싶을 정도로 닮은 꼴이다.

관객들의 맥을 뺄 정도로 원작을 답습하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케이블TV와 비디오를 통해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은 스타 배우들의 힘. 리처드 기어, 제니퍼 로페스, 그리고 아내 비벌리 역의 수전 서랜던은 스크린을 풍성하게 채운다. 특히 원작에는 없던 클라크와 폴리나의 아찔한 탱고 장면은 영화에 액센트를 준다.

‘사관과 신사’(1982년) ‘귀여운 여인’(1990년) 등으로 이름을 날린 리처드 기어의 과거 섹시 스타 이미지가 물씬 풍기고, ‘남자 킬러’로 불리며 영화 안팎에서 화제를 모으는 제니퍼 로페스의 관능적 매력이 한껏 묻어난다.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는 비벌리의 흔들리는 눈빛도 수전 서랜던이기에 가능한 연기. 여기에 볼룸댄스라는 옷이 몸에 딱 맞는 서양 배우들이 펼치는 춤의 향연도 볼거리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킨다.

미국판 ‘쉘 위 댄스?’는 개봉 첫 주말 1,178만 달러의 수입을 올려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다. 거의 베끼기 수준인 한심한 연출력을 감안한다면 제법 짭짤한 성적이다. 참고로 일본판은 미국 개봉 첫 주 96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세렌디피티’(2001년)를 만든 영국 출신 피터 첼솜이 감독했다. 12일 개봉. 12세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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