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송(金剛松·일명 춘양목)을 키우자.’ 정부가 문화재급 소나무인 금강송의 조림·육성에 발벗고 나섰다. 문화재청과 산림청은 11일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일대 금강송 군락지에 2년생 묘목 1,111그루를 심고 150년간 벌목을 금지하는 금송비(禁松碑)를 세운다. 금강송은 최소 150년은 지나야 훌륭한 건축자재로 성장한다.예부터 목조건축의 으뜸재목으로 여겨온 금강송은 금강석처럼 단단한데다 재질도 뛰어나다. 단단한 것으로야 박달나무, 밤나무가 낫겠지만 유려한 색깔에 미끈하게 뻗어 건축목재로는 금강송을 따를 수가 없다. 궁궐이나 사찰의 주요 기둥은 물론, 임금의 관을 짜는, 속이 누런 소나무(황장·黃腸)가 바로 금강송이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남벌에 이어 환경파괴로 군락지가 줄어들어 궁궐과 사찰을 보수하기 위한 재목으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해 경복궁 근정전 해체·복원작업에도 높이 18m, 두께 70cm의 기둥감을 국내에서는 찾을 수가 없어 미국산 더글러스 소나무를 사용해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강송 특대목(지름 60㎝이상)만 1,700여 그루가 자라고 있는 울진군 소광리 일대(1,610ha)의 숲은 그나마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대규모 자생군락지이다 . 이 지역은 1680년 조선 숙종 때 솔밭을 보호하기 위한 황장보호림으로 지정됐으며 벌목을 금지한다는 황장금표(禁標)의 표석이 지금도 남아 있다. 2001년 경복궁 태원전(泰元殿·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봉안한 곳) 복원공사에 쓰기 위해 그루당 700만~1,000만원씩 구입한 수령 100년 이상의 금강송 140그루도 여기서 나왔다. 그 전해 봄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이 울진까지 번졌을 당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에 국민의 관심이 쏠렸지만 산림공무원과 주민들은 밤새 소나무 곁을 지켰다.
숲 입구에 세워질 금송비에는 "…150년 뒤 후손들이 문화재 등에 귀중한 목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성과 염원을 담아 금강송 보호비를 세운다"고 적혀 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내용을 작성하고 서예가 정도준씨가 썼다. 문화재청은 산림청과 공동으로 2001년부터 강원·경북 지역 금강송 숲을 ‘문화재 복원용 목재생산림’으로 지정, 관리하면서 자체 생산한 묘목을 강원 삼척지역 150만평에 옮겨 심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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