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사 대표의 잇단 구속으로 실체가 드러난 상장 건설업체 한신공영과 남광토건의 인수합병(M&A) 비리의 배후에는 자기돈 안들이고 회사를 삼키려 한 기업사냥꾼 3명의 치밀한 작전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국민수 부장검사)가 횡령 첩보를 입수, 남광토건 이희헌 대표를 체포하고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은 지난달 13일. 이씨는 지난해 7월 438억원을 들여 남광토건을 인수했지만, 실제 이씨가 들인 돈은 138억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300억원은 남광토건 자금을 빼내 자신의 인수자금으로 위장했다.
이씨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은 B사 대표 김모씨. 김씨는 남광토건 회사명으로 양도성예금증서(CD) 300억원을 발행해 은행에 예치토록 하고, 은행원을 매수해 이 CD를 불법 인출하도록 작전을 짰다. 이씨는 빼낸 CD를 담보로 모 캐피털로부터 300억원을 대출받아 회사 인수대금으로 지불하고, 마치 이 돈을 시행사의 영업보증금으로 지급한 것처럼 꾸며 범행을 감췄다.
검찰은 이 사건 수사 중 우연히 또 다른 거액 횡령사건의 꼬리를 잡았다. 한신공영 최용선 회장의 340억원대 횡령사건이다. 최씨의 횡령에 이씨와 김씨가 적극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 것. 최씨는 김씨에게서 340억원의 CD를 빌려 이를 담보로 모 캐피털에서 340억원을 대출받아 한신공영을 인수했다. 이후 회사자금 340억원을 영업 대여금 명목으로 빼돌려 자신의 대출금을 갚는데 사용했다.
이씨는 김씨가 최씨에게 빌려줄 CD를 마련하는 것을 도왔고, 김씨는 최씨가 횡령금을 영업대여금으로 가장할 때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명의를 빌려줬다.
외환위기 이후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의 시련에서 벗어나 지난해 각각 5,121억원과 3,164억원의 수주실적을 기록한 이들 두 중견 건설업체는 회사 대표의 거액 횡령사건으로 다시 한번 경영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