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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영혼을 울리는 전제덕의 하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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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영혼을 울리는 전제덕의 하모니카

입력
2004.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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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오년 전 가을, 일간스포츠가 주최한 ‘첫번째 사물놀이겨루기 한마당’이라는 행사에 김덕수사물놀이패 기획팀 일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내로라 하는 고수들 사이에서도 단연 이목을 끈 팀은 다름아닌 시각장애인 중학생 4명으로 구성된 ‘다스름’이었다. 이 소년들은 엄청난 테크닉과 자로 잰듯한 리듬감, 배음까지 즐기는 성숙한 앙상블로 심사위원은 물론 일반 관객들까지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신체적인 제약으로 상모를 돌리는 ‘선반’ 공연은 할 수가 없어 종합 대상은 놓쳤지만, ‘앉은 반’ 연주부문에서는 단연 1등이었다.이들은 성인이 되어 생계를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가 중학교 은사의 헌신적인 노력 끝에 ‘사물천둥’이란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모였고, 나는 이들의 음악생활을 돕게 되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한 명씩 한 명씩 유학, 취업의 길로 떠나는 바람에 결국 다 헤어지고 말았다. 그런 중에 한 사람만은 포기하지 않고 사물이외에도 건반과 기타, 작곡, 노래 등을 독학하며 각고의 노력으로 10년의 내공을 쌓아 나갔다. 그런 그가 최근 드디어 자신의 첫 음반을 내고 음악가의 꿈을 이루었다. 놀랍게도 사물놀이가 아닌 하모니카 연주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그의 이름은 전제덕(한국일보 3일자 26면 보도).

각별한 인연으로 이 친구의 인생역정을 가까이서 쭉 지켜봐 온 나로서는 그 감회가 남다르다. 요즘같이 어려운 때 기꺼이 그의 꿈을 이루어 준 한국일보 기자 출신의 음반제작자 이주엽 사장의 용기에도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음반은 세상의 빛을 보았으나, 평생 아들의 눈이 되어주던 그의 어머니가 그만 간암선고를 받게 되었다. 기쁨도 잠시, 이 청년의 마음 한켠에는 엄마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저 이 음반의 성공과 모친의 쾌유를 간절히 빌 뿐이다.

이선철 폴리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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