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11월18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의 한국문인협회 건물(현 교보문고) 복도. 20여 명의 문인들 틈새로 시인 고은이 나서 유인물 한 장을 읽는다. "오늘날 우리 현실은 민족사적 일대 위기를 맞고있다…"이 ‘문학인 101인 선언’은 유신의 코 앞에다 토해낸 문학인들의 늠연한 큰 기침이었고, 이제 ‘민족문학작가회의’로 우뚝 선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창립 선언이었다. 이렇게 시작한 작가회의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고 새 각오를 다지는 행사를 마련했다.
18일 기념식에서는 이런 저런 인연을 맺은 8명이 감사패를 받는다. 시국사건에 연루된 문인들의 변론을 도맡아 하던 홍성우 변호사, 출판·인쇄를 맡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이들, 정보기관의 임대 철회 종용에도 꿋꿋이 사무실을 빌려줬던 식당 주인, 줄 외상에도 낯색을 잃지 않았던 술집 주인 등이 주인공들이다. 소리소문 없이 월급 이외의 수입 전액을 구속된 문인가족돕기에 썼던 소설가 김원일씨도 포함됐다. 가수 이미자와 김민기, 연극인 백성희와 만화가 고우영씨에게는 ‘우정상’이 주어진다.
13일 강원 인제 만해마을에서 전국문학인대회, 17~23일 서울 덕원갤러리에서 현대시 100년에 큰 시로 남은 21편의 시를 도자기에 새겨 내놓을 도자기전, 90년대 중반 이후 활동한 시인 25인의 대표시들을 남궁산씨의 판화와 전시하는 시판화전 등도 준비했다.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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