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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하> 아타카마(Atacama) 사막 - 수도 산티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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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하> 아타카마(Atacama) 사막 - 수도 산티아고

입력
2004.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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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카마(Atacama) 사막을 아십니까. 칠레 북부 지역을 온통 뒤덮은 이 황량한 땅을 여행가이드북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은 ‘가장 완벽한(the most perfect)’ 사막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이 사막의 일부 지역은 100년간 단 한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막에 뭐 볼 게 있겠느냐 하실지 모르지만 아타카마는 다릅니다. 거칠기만 해 보이는 사막은 바람이 빚은 협곡과 거대한 소금평원, 꿈틀대는 안데스의 화산 등 신비한 황홀경을 숨기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픈 탐험가와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땅, 극한의 사막 아타카마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아타카마 사막/ 모래바람의 노래 들어라

작열(灼熱).

아타카마 사막에 발을 디딘 지 사흘째. 볕이 무서워 그늘로만 도망 다녔던 시간이었음에도 몸은 그새 푸르름에 목말라하고 있다. 아무리 마셔도 가시지 않는 갈증. 아예 그 갈증의 끝을 찾으러 작열하는 태양의 한가운데로 과감하게 길을 나섰다.

달의 계곡 ‘문밸리(Moon Valley)’의 한가운데서 차를 보내고 본격적인 트레킹에 들어갔다. 짙은 선글라스를 뚫고 들어오는 빛. 건조한 사막 바람에 시달려온 눈이 시리고 아파왔다. 갈증에 목은 갈라지고 콧속도 찡해왔다.

문밸리는 바람이 빚은 협곡이다. 보이는 것은 온통 모래와 암벽. 그 위로 단 한번도 구름이 스쳐 지나지 않았을 듯한, 한껏 달아오른 하늘은 우리의 청명한 가을 하늘과는 다른 먹먹한 푸른 빛이다. 모래알을 튕길 듯한 햇볕의 탱탱한 긴장감 속에 태양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소리만 들려왔다.

허허벌판 사막에서의 트레킹은 나와의 진실한 대화 시간이다. 인공이라곤 먼저 간 이들의 발자국 뿐, 생명의 흔적도 찾을 수 없다.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내 그림자 위로 이는 흙먼지가 정겹다.

성모 마리아, 사자, 닭의 머리 등 바람이 빚은 조각들이 군집해 있는 작은 언덕을 지나 협곡 안으로 들어섰다. 시뻘건 흙과 암벽의 협곡은 보이저호가 사진을 찍어 보낸 화성의 표면과 닮아있다. 16세기 이곳을 처음 찾은 스페인 인이 이름 붙인 ‘달의 계곡’이 만약 지금 발견됐다면 ‘화성의 계곡’으로 불려졌을 듯 싶다.

골목 같은 작은 협곡을 몇 굽이 돌아드니 내내 귓가를 맴돌던 바람이 갑자기 멈췄다.

정적….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불현듯 찾아온 섬뜩한 무음(無音)에 온몸이 굳어졌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무(無)의 세계. 가끔씩 나를 가위 눌리게 했던 죽음에 대한 공포가 밀려왔다.

칠레의 남부 빙하 가까이서 가졌던 침묵이 눈 녹는 소리, 풀잎 이는 소리 등이 어우러진 생명의 재잘거림이었다면 사막의 침묵은 죽음의 정적이었다. 공(空)이고 무(無)인 사막의 적막은 굉음보다 참기 어려웠다. 얼마 안가 바람은 다시 시작됐고, 다시 생명을 되찾은 양 황량한 바람 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2시간 여 쉬지 않고 걸은 트레킹의 막바지, 가파른 언덕위로 올랐다. 숨이 차기 시작할 즈음 사방이 확 트이며 문밸리 전부가 시야에 들어왔다. 발 아래 깎아지른 절벽 밑으로 협곡과 협곡이 몇 겹으로 둘러쳐진 장쾌한 풍광은 그랜드캐년이 무색할 정도다.

"꽃도 풀도 없는 사막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이 곳에서 문밸리의 일몰을 기다리며 앉아있던 다른 관광객들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반대편 언덕까지는 장대한 모래 언덕 듄(dune)이 걸쳐져 있다. 길이 500c되는 듄의 능선, 모래의 칼날위로 선뜻 걸음을 내디뎠다. 좌우 공룡의 등짝같은 협곡을 완상하며 곱디 고운 모래에 발목이 푹푹 빠지며 걷는 이 길은 문밸리의 하이라이트. 사막의 무아지경에 빠져 절로 벌어진 입 속으로 바람에 날린 모래 먼지가 파고 들었다.

뒤를 돌아보니 협곡 너머로 지는 태양이 마지막 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곧 차갑게 식어버릴 붉은 사막은 그래서 더욱 뜨겁게 그 빛을 감싸 안는다.

아타카마(칠레)=글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아타카마의 다른 볼거리/ 용출온천·소금평원·노천광산 등 유명

사막의 일몰 광경으로 문밸리가 가장 아름답다면 사막의 일출은 단연 ‘엘타티오 가이저(El Tatio Geysers)’다. 해발 4,300c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간헐 용출온천. 살아 꿈틀대는 화산이 허연 숨을 몰아 쉬는 곳이다. 작은 분지 안의 100여 개 되는 구멍에서 온천수가 치솟고 그 수증기가 하늘을 덮는다. 특히 여명의 빛을 받아 퍼지는 수증기의 장관에는 그저 넋을 놓아야만 한다. 물의 온도는 매우 높아 얼마 전에 한 프랑스 관광객이 너무 가까이 다가갔다가 그만 구멍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타티오는 원주민 말로 ‘우는 할아버지’란 뜻. 산등성이가 한 노인이 손을 가슴에 얹고 누워있는 모습인데 겨울에 눈이 쌓이면 마치 눈가에 눈물이 흐르는 것처럼 보여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일출이 환상적인 또 다른 곳은 ‘아타카마 솔트플랫(Salt Flats)’. 볼리비아의 우유니(Uyuni) 솔트플랫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소금평원이다. 안데스 산맥이 솟구치는 과정에서 바다가 호수가 됐고 그 물이 증발되면서 만들어진 소금밭이다. 사막에 눈이 덮인 것처럼 하얀 벌판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그 들판 한가운데에 안데스 설산에서 흘러내린 가느다란 물줄기가 내와 작은 호수를 이루고 있다. 그 호수의 주인은 다름아닌 플라밍고. 적막을 깨고 터지는 카메라 셔터 소리에 플라밍고가 놀라 떼를 지어 날아오르는데 여명을 받은 보랏빛 날개의 퍼덕거림이 눈부시다.

솔트플랫에서 2시간 가량 고원을 오르면 ‘미스칸티 호수(Laguna Miscanti)’를 만난다. 해발 4,200c 고지의 이 맑은 호수는 솔트플랫으로 흘러드는 물길이 화산 폭발로 막혀 생겼다고 한다. 낮은 가시덤불이 가득 덮인 호숫가는 황금을 뿌려놓은 듯 하고, 정(靜)한 호숫물은 미스칸티 화산 등 설산의 안데스를 그린 듯 담고 있다. 아타카마 관광에서 꼭 들르는 곳이 추키카마타(Chuquicamata) 구리광산. 지리 교과서에 나오는 세계 최대의 노천 광산으로 칠레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곳이다. 굴을 뚫을 필요 없이 매년 60만 톤의 구리를 그냥 퍼내기만 하는 곳이다. 90c깊이로 파헤쳐진 광산은 거대한 대접 모양이다. 캐낸 구리를 실어 나르는 특수 트럭도 이곳만의 자랑거리다. 바퀴 높이만 4c에 이르는 이 차량은 무려 170톤을 실을 수 있다고 한다.

아타카마(칠레)=이성원기자

■수도 산티아고-중앙광장·대성당…남미 속 유럽

그 나라의 수도를 알면 그 나라의 절반 이상은 알게 되는 법.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Snatiago)는 기다란 국토의 정 중앙에 위치해 있다. 동쪽의 안데스 산맥을 위시해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분지로 600여 만 명이 거주하는 대도시다. 집중된 부(富)를 좇아 칠레 인구의 절반 가량이 이곳에 모여 산다.

산티아고는 규모도 크지만 4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아름다운 도시이다. 16세기 페드로 발디비아(Pedro Valdivia)에 의해 처음 발견됐고, 그에 의해 구획되기 시작한 이 도시는 중남미에서 유럽의 분위기가 가장 물씬 풍기는 곳이다.

첫번째 가볼 만한 곳은 도시의 중심인 아르마스 광장(Armas Plaza). 유럽풍 옛 건물인 중앙우체국, 시청, 대성당 등과 식당가를 포함한 쇼핑몰로 둘러싸여 있다.

대성당은 유럽의 내로라 하는 큰 성당과 견줘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크고 아름답다. 화려한 장식과 조각 그림으로 가득한 내부에도 볼거리가 가득하다. 그 중 칠레 원주민의 전통복장을 한 아기 예수 탄생 재현 조각상들이 눈에 띈다. 동방박사가 들고있는 선물도 칠레의 산물인 구리덩어리, 포도, 빵 등이다. 종교의 토착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광장의 한 쪽에서는 거리의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고 무용 등 각종 무료 공연도 펼쳐진다. 점심시간이면 직장인들이 몰려나와 관광객들과 어울려 편안한 한 때를 보내는 곳이다.

아르마스 광장이 산티아고 시민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이라면 산크리스토발 언덕(San Cristobal Hill)은 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서울의 남산 같은 곳으로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로 유명하다. 도시를 감싸 안은 눈 덮인 안데스를 배경으로 남들 의식하지 않고 애정표현을 하는 청춘 남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시 중심부에 위치한 산타루치아 언덕(Santa Lucia Hill)은 옛 요새였던 곳으로 산크리스토발처럼 호쾌하진 않아도 멋진 도심 전망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고성(古城)처럼 대포와 정원, 분수 등을 갖춰 아기자기한 멋이 있다.

산티아고(칠레)=글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사진 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Chile Chilean

지구 정반대에 사는 칠레 사람들. 하지만 늘 봐왔던 이웃처럼 친근함이 느껴지는 그들이다. 순박하고 친절한 칠레인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를 사진과 함께 엮어봤다.

● 살사, 차차차, 룸바, 맘보…. 칠레 남부의 조그만 항구 도시 푸에르토나탈레스에서 한 학교의 체육관을 빌려 마련된 댄스파티장. 강렬한 리듬 속에 흥겨운 춤의 잔치가 열렸다. 한국에서라면 블루스타임으로 한 템포씩 쉴 법 한데 남미 댄스에는 쉼이란 없다. 지칠 줄 모르는 춤의 향연은 여명이 밝을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 이보다 더 선한 웃음이 있을까? 푸에르토나탈레스 선창가에서 만난 어부들. 나무궤짝 가득 미끼를 채워놓고 물때를 기다리며 카드 게임에 빠져 있었다. 이방인들의 방문에 그들은 마음을 열고 환하게 반겨줬다. 맑은 물 맑은 공기 만큼이나 그들의 표정엔 잡스러움이 없다.

● 산페드로 기념품 좌판 골목에서 만난 어린 소녀. 엄마를 대신해 동생들과 가게를 보고 있다. 칠레는 확고한 정찰제의 나라. 좌판에서 파는 단돈 100원짜리 물건에도 가격표가 붙어있어 바가지 쓸 걱정을 덜 수 있다. 그래도 조금은 깎아줄 여유가 있는 곳이 또한 칠레의 시장이다.

● 아타카마 사막의 마츄카 마을에 있는 성당이다. 인구의 80%가 가톨릭을 믿고 있는 칠레는 종교의 나라. 10가구도 되지 않는 산간 오지에도 성당이 있을 정도로 토착화해 있다. 하얗게 칠해진 두툼한 흙벽은 폭염과 지진을 견디기 위한 건설 노하우다.

● 칠레판 스트립 바 ‘카페 콘 피에르나스 (cafe con piernas)’. ‘다리와 함께 커피를(coffee with legs)’이란 알쏭달쏭한 이름을 가진 이러한 카페가 산티아고 곳곳에 있다. 반라의 여성들이 커피와 맥주를 서비스 하는 데 값도 저렴하다.

● 단돈 300페소(우리 돈 600원 정도)로 당신은 빛이 납니다. 산티아고 아르마스 광장과 이어지는 페드몰의 풍경. 인파 속에서 높은 구두 의자에 앉아 신문을 펴든 신사의 표정이 진지하다. 이 거리는 서울의 명동 같은 최고의 번화가. 주말 한밤에는 젊음의 거리로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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