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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진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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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진 진보

입력
2004.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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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진보진영의 상징 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선 요 며칠 사이 70년대 요절한 여가수 재니스 조플린의 노래말이 다시 흘러 다닌다고 한다. 우드스탁 세대를 풍미하던 당시 그의 한 노래 중 "자유란 잃을 것이 남지 않았다는 뜻의 다른 말일 뿐(Freedom’s just another word for nothing left to lose)"이라는 가사이다. 존 케리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이 도시와 진보세력이 대선에서 패배한 뒤 모든 것을 다 잃었다는 상실감과 무력감, 승자들의 잔치에서 소외된 고립감에 빠져 있는 현장 풍경을 한 미국 신문은 이렇게 전한다.■ 또 평소 ‘포틀랜드 인민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별나게 자유분방한 이웃 도시 포틀랜드는 마치 장례 분위기라고 한다. 한 시민은 옳다고 확신하던 자신들의 가치가 선거에서 판가름 난 것을 두고 "이제부터 난 고개를 떨구고 살아가야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미국이 옳고 그름을 이토록 모르고 있다는 데 대해 슬퍼 운다"는 토로도 신문은 전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이번 미국 대선이 우리가 아는 것 이상으로 미국의 국내적 가치들을 두고 벌인 한판 승부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 한국에서 알기로 이번 미국선거의 이슈는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 여부 등 안보문제라고 돼 있지만 실상은 진보의 가치와 보수의 가치 간 전면전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서울에 근무하는 한 전문직 미국인은 동성결혼과 같은 도덕적 종교적 이슈가 유권자를 이끈 본질적 동인이었다고 지적했다. 선거는 외교 군사와 같은 대외적 요인이 아니라 국내 이슈가 결정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독교의 총력 단결이 부시의 승리를 가져왔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부시의 선거 총책 칼 로브가 구사한 전략도 바로 이것이었던 셈이다.

■ 이번에 미국이 찢겨진 것은 분명하다. 부시가 이긴 땅에서 살기 싫어 캐나다 이민을 문의하는 미국인들이 부쩍 늘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이다. 이긴 부시에 대한 갖가지 주문에 반대 세력의 포용을 강조하는 내용들이 홍수를 이루는 것도 이를 말한다. 예를 들어 선거 쟁점이었던 경제정책 부서에 민주당 인사를 기용하라는 충고도 있다. 선거는 승패의 게임이었지만 이긴 대통령은 진 쪽도 안고 가는 ‘통치’를 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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