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적인 작가가 된 게 그렇게 오래지 않다. 1988년 중앙 문단에 등단했다. 그때는 200자 원고지에 정성껏 작품을 써서 신춘문예에도 응모하고, 다른 문예잡지사의 신인상에도 응모했다. 작가가 된 다음에도 한동안 원고지 위에 글을 썼다.그러다 잠시 수동타자기를 사용했고, 거기에서 발전해 전동타자기를 쓰니 그게 또 얼마나 편한지 몰랐다. 컴퓨터가 나오기는 했지만, 큰 회사도 사무실마다 겨우 한 대 있는 정도여서 개인이 쓰기엔 벅찼다. 그때 나온 것이 ‘워드프로세서’라는 문서전용 편집기였다. 그러나 그 가격도 지금의 컴퓨터 가격대였다.
모든 원고작업을 컴퓨터로 하기 시작한 것은 꼭 10년 전의 일이었다. 그러니까 정식 작가가 된 다음 8년간 내가 겪은 ‘글을 쓰는 도구와 방법’의 변화는 중국의 채륜이 종이를 발명한 이래 붓에서 금속 펜으로, 먹에서 잉크로, 손으로 쓰기에서 활자로 찍어내기로 변화한 지난 2000년 동안의 변화보다 더 숨차고 벅찬 것이었다.
앞으로 또 우리는 어떤 도구로 글을 쓰고, 또 어떤 도구로 사무를 볼까. 그런데도 어제 새로 만년필을 사고 잉크를 샀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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