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 1,110원대가 붕괴됐다. 환율이 1,110원 밑으로 하락한 것은 지난 2000년 9월8일(1,108.60원) 이후 처음으로, 이 같은 하락추세가 이어질 경우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였던 2000년 9월4일의 1,104.40원마저 위협하지 않을까 주목되는 상황이다.환율 하락, 즉 원화 강세 움직임은 올 들어 지속적 현상으로 나타났으며 부시 미 대통령 재선 이후에도 미국의 달러 약세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환율 하락추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 경제를 지탱해 주는 수출을 증대하기 위해선 고환율 정책이 필요하지만 마냥 환율을 떠받칠 수만은 없는 상황이고 내수와 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인위적인 환율방어가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에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도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환율 정책을 지지해 온 재정경제부의 입장에 반하는 한은 금융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멕시코가 외환위기 직후 수출을 늘리기 위해 페소화의 환율을 떠받치는 외환정책을 편 사례를 분석한 이 보고서에서 한은은 높은 환율이 수출 증가와 제조업의 생산·고용 증가로 이어졌지만 내수시장의 서비스업 생산과 고용을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수출부진을 초래했다고 결론지었다.
달러화 약세기조가 원화에 국한된 것이 아닌 이상 유독 우리나라만 불리하다고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고 본다. 환율변동의 속도와 폭을 적절히 조절, 우리 기업들이 큰 충격 없이 환율 파고를 넘을 수 있도록 재정경제부와 한은이 지혜를 모아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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