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5일 상·하원에서 통과된 교토의정서 비준서에 서명함으로써 교토의정서는 3개월 후면 공식 발효된다.교토의정서 부속서 B의 38개 국(의정서 이행을 거부한 미국, 호주 제외)은 제1차 공약 기간이 시작되는 2008년부터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 그러나 지구 기후변화 방지라는 기후변화협약의 궁극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현 교토의정서상의 온실가스 감축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교토의정서가 발효되면 바로 범지구적인 온실가스 감축 강화가 논의될 것이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 대상 국가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비록 제1차 공약기간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없는 개도국의 지위로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였지만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이 세계 10위 권이며, 경제 규모, 1인당 온실가스 및 소득 수준이 상당수의 기존 선진국보다 앞서 있으므로 2013년부터 시작되는 제2차 공약기간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 부담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이 약 90% 증가하였으며, 이중 80% 이상이 에너지 사용에서 발생된다. 2013년은 먼 훗날의 일이 아니다. 갑작스런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대비책을 수립해야 한다.
우선 온실가스 감축 의무 협상에 대비해야 한다. 바로 12월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개최되는 제10차 당사국 총회에서부터 포스트 교토 체제, 즉 제2차 공약기간의 온실가스 감축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려질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교토의정서와 같이 특정연도 배출량 대비 일정량 감축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2단계 감축 의무 협상에서는 경제성장에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 증가가 허용되는 국내총생산(GDP)에 연동된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단위 GDP당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국내 산업체는 단위생산량당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방식, 즉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배출 목표가 설정될 수 있다.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 않으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된다.
그리고 국내 대응 체계도 좀더 내실 있게 달라져야 한다. 현재 국가적으로는 국무총리실에 ‘기후변화협약 대책위원회’, 국회에는 ‘기후변화특별위원회’, 그리고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등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정작 기후변화 문제 및 대응 정책에 대해 소수의 연구기관 및 정부출연기관만이 실무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포스트 교토 체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의무부담시 온실가스 감축 주체는 산업체이므로 기업들도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정부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토의정서에 있는 국제적인 온실가스 거래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이미 청정개발체제(CDM), 공동이행(JI) 및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등 교토메카니즘을 활용하여 이미 국제 온실가스 거래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시급히 기초자료인 온실가스 배출 통계 작성 체제를 강화하고, 산업체의 온실가스 배출 및 감축량 추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에너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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